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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견 작가인 신경숙이 표절시비로 인해 불명예를 안은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며칠 전 인기소설가 박민규 작가도 스스로 표절을 인정했다.
이런 표절시비는 단지 문학이라는 순수 예술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대중문화에서는 패션부터 음악, 시나리오 등 각종 부문에서 표절논란이 일었으며, 국회에서조차 ‘논문표절’진위여부를 놓고 시끄럽다.
이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없던 표절이 최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표절이 꾸준히 있어왔던 것이 이제야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각계에서 발생했던 표절시비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이런 표절시비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와 표절의 속성에 대해 진단해 보았다.
정치: 인사청문회는 표절자가 표절자를 심판하는 표절의 전당
정치인들의 표절의혹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며 우스갯소리로 “표절 못한 정치인은 출세하기 어렵다.”는 말이 돌 정도로 표절은 정치계에 광범위하게 펴져있으나 표절 의혹으로 사퇴한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되었던 전 김명수 후보자는 제자논문 표절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 전인 지난 2013년 ‘한국교육신문’이 6월 5일자 창간 기획으로 주최한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관련 패널로 참석했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자는 “논문 숫자로 실적을 평가하는 성과급제가 논문 표절을 암암리에 묵인하는 현상을 만들고, 대학에 대한 과도한 압박은 대학을 고사 상태로 만들어 연구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며 현 정책 하에서는 표절 논문이 관행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 논문 표절에 대한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밝히며 자신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전 정종섭 안정행정부장관 후보자는 물론 송광용 교육문화수석도 논문표절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버티고 있는 이유는 이들의 자격심사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들조차 논문표절 의혹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인사청문회를 빗대어 “표절자가 표절자를 심판하는 표절의 전당”이라며 비아냥거리고있다.
지금까지 들어난 국회의원들의 표절 사례를 보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중 논문 표절 의혹이 있는 의원들은 강기윤, 문대성, 신경림, , 염동렬, 유재중 정우택 의원들이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 중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의원을 보면 박영선, 안민석 정세균 의원 등이다.
이들 국회의원들 중 일부는 아직도 표절논문으로 얻은 교수직을 휴직계를 내고 유지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의 임기가 끝나면 교수로 복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중 표절논문에 대해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을 사임한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논문 표절과는 별도로 정치권의 논문 대필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력을 일종의 스펙으로 보는 사회적 영향이 강하기 때문인지 저학력의 광역 또는 시`군 의원들이 당선이후 유명대학의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문 대다수가 대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비밀스러운 것도 아닌 일반화 된 현상이기도 하다.
문학: 스스로 붓을 꺾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작가는 바른 양심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창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반칙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로 산다는 것은 고난의 길을 가는 수행자라고 한다.
작가들이 대학교수나 교육공무원 등의 직업을 갖지 않고 전업 작가 활동으로는 생계유지가 안 된다.
특별히 후원자나 단체가 있다면 몰라도 힘들게 책을 만들어 시장에 내보내도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통상의 작가들이 어쩔 수 없이 문단 권력자나 유명 출판사를 기웃거리게 된다.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집과 논문 및 자서전 등은 대한민국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지난여름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사건은 대필 작가와는 상황이 다르다.
문학계의 거물에 속하는 신경숙의 표절로 인해 문학게 자체가 온통 쑥대밭이 됐다.
이미 SNS에서는 신경숙을 향해 “이쯤이면 막장이고 동정하고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붓을 꺾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양심을 버린 사람은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정신을 훔쳐 표절한 것은 사이비만도 못한 짓이다. 사이비를 양성한 문단 권력과 출판사의 양심선언을 촉구한다.”등의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신경숙 이후 창비와 문학동네와 이상문학상 등 권위가 있다는 곳에서 활동하던 천운영, 편혜영, 조경란, 권지혜, 박덕규 … 등 표절 의혹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작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문단이 흔들흔들하는 위기다!
연예: 표절과 모방의 경계의 모호성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연예분야에서 표절논란은 더 큰 화제로 이어지곤 한다.
최근에는 배우 윤은혜가 중국예능프로그램에서 직접 제작한 의상으로 표절논란이 일었다.
윤은혜는 동방위성TV 예능 프로그램 '여신의 패션'에 출연해 패션디자이너와 일인 일조로 팀을 꾸려 주제와 미션에 부합하는 옷을 디자인하고 무대를 연출하는 패션쇼를 꾸몄다.
윤은혜는 이날 컨셉인 ‘나니아연대기’에서 ‘사자’이미지를 차용해 순백의 코트를 선보였다. 당시 의상은 26,666,666위안 (한화 약49억 2000만 원)에 낙찰돼 미션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모 브랜드의 의상과 매우 흡사하다는 의견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등장했고, 이에 대해 원작 디자이너인 윤춘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조금 다르니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별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불쾌하다”고 전했다.
또한 "알고 보니 며칠 전에도 협찬으로 받아갔던 스타일리스트와 종종 입던 배우, 둘이 함께 만들었다니 그래서 더 확신할 수 있으며 소름 돋는다"며 심경을 전했다.
이 외에도 소녀시대의 의상이 명품브랜드를 상습적으로 표절한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해당 디자이너는 ‘오마주(※오마주란 '경의, 존경'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품에 보내는 헌사로써 특정 장면을 모방하는 것)를 했을 뿐 표절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혀 표절과 오마주의 경계의 모호성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대중음악 분야도 표절시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 중 하나다.
구조적으로 음계 12개와 한정된 악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겹치기 쉽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한계 때문에 전문가 조차도 표절 판정을 내리기가 모호해 표절여부가 양적기준으로 판단되지 않고 원작자의 자의적 판단이 중요한 척도가 된다.
최근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해 음원차트 역주행을 시킨 ‘밴드 혁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디밴드였던 혁오가 지상파 출연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외국 밴드와 곡이 비슷하다며 표절시비가 일었다.
이에 대해 원작자인 ‘비치 파슬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글을 남겼고, 이후 표절논란은 종식됐다.
출세지향 한국적 사회분위기 표절 부추겨
우리나라의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창작자의 윤리의식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남의 창작물을 베끼는 것이 도둑질과 같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져다 쓴 작품의 원 출처를 밝히지 않아 표절시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표절을 저지르고도 “안들키면 그만”이라는 식의 불감증도 한 몫 할 수 있다.
하지만 표절을 단순히 창작자의 윤리의식만 가지고 문제 삼을 수도 없다.
표절에는 ‘무의식적 표절’의 영역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표절이 일어나는 것을 개인이 막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제도적 마련을 통해 표절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경각심을 일깨워 표절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
표절은 법적으로 절도에 해당하지만, 신경숙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예술과 창작의 문제를 법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해 법적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이처럼 표절은 법보단 윤리적 책임이 더 커서 표절에 대한 심각성을 창작자들에게 알리고 제도적으로도 단순한 ‘저작권 침해’와 구분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한다.
또한 박민규 작가가 스스로 표절을 인정하며 “당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밝힌 것처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재고도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윤리적 책임보다 사회적 성공을 앞세우는 사회분위기가 변화되어야 표절이 종식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한국의 출세 지향적 사회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경만,이원규,허민지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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