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 참여자들이 함께 연을 날리고 있다. ⓒ오산시

오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병희)는 2일 오후 시청광장에서 6번째 세계인의 날을 맞아 ‘제3회 오산시 다문화 한마음축제’를 개최했다.

외관상 주최 측의 노력으로 이날 행사는 무난하게 치러진 행사처럼 보였다. 그러나 축제가 3회째를 맞이함에도 또한 다문화축제임에도 불구하고 다문화인들이 행사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한계를 확연히 노출시킨 행사였다.

축제를 진행하는 MC도 한국인, 행사의 초점도 시장이나 시의원 등 너무 정치인들에게 맞추어졌다. 세계 전통문화 소개나 전통놀이 체험부스도 대부분 자원봉사센터에서 지원해 준 한국인 봉사자들이 진행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각국 전통문화 부스에 다문화인들이 자국의 부스를 구경하는 넌센스의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었다.

걸스데이 등의 공연과 대중가요에 맞춰 춤추기, 한시간 가까이 진행된 경품행사 진행 등 주무대에서 진행된 대부분의 행사가 다문화축제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없는 내용이었다.

‘연(鳶)’과 2013 계사년 ‘뱀’을 접목한 뱀연날리기 세리머니와 창작연 만들기 체험 등 축제의 주요내용 역시 기획사나 한국인들이 운영했다.

한마디로 ‘다문화 한마음 축제’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축제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연을 주제로 자원봉사자 중심의 국가별 부스 운영 등 지난해와 거의 유사하게 행사가 진행된 철학 빈곤의 축제였다.

▲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조백현 기자

다문화인들이 행사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동원이나 보여주기식 대상으로만 전락할 때 다문화축제는 생기를 잃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다문화인들은 이날 행사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대부분 행사장 옆에서 구경하는 객체에 머물렀다.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한 한 필리핀 주부는 “한국에 온지 8년됐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문자로 연락이 와서 작년에 이어 한마음축제에 두 번째 참여했다”면서 “그러나 많은 다문화인들은 행사에 나오지 않는다. 덥고 귀찮고 자신들이 행사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또한 “오늘 행사에 많은 한국인들이 왔다. 그것도 좋지만 다문화인들이 행사를 주도하고 이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운암에 사는 한 주민은 “다문화인들을 우리틀에 끼워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들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다문화인들이 연을 들고 시청앞 광장을 돌고 있다. ⓒ조백현 기자

한편 이날 축제는 곽상욱 오산시장, 최웅수 오산시의회 의장 등 내빈과 관내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가족과 일반시민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다문화가족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체류·국적취득 관련 상담부스 운영, 부인과, 치과 등의 건강검진 운영을 통해 다문화 가족의 편의를 제공했다.

중국부스의 홍등 만들기, 결혼 이주여성들이 모국의 전통차를 알리기 위해 운영한 다문화 카페 등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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