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명숙 경기도시낭송협회장. ⓒ배명숙

화분

배명숙(시낭송가/시인)


한 걸음에 또 한걸음을 더 하다 보면
그 걸음 앞에 놓인
화분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마음 담을 그릇 조차 없이 나는
무슨 꽃을 피우기 위해
그 먼 길을 걸었는지
내 마음의 흠집에서 얼룩을 걷어 낸다
그 얼룩 안에서
팔을 걷어붙인 후회의 다발들이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그러더니 세 들어 살고 싶은 그 화분 안에
뾰족한 싹을 틔운다
한 자루 가위를 들어 싹둑 도려내고 싶지만
그 마저도
내 삶의 귀퉁이
한 장 초록 잎사귀일 것이라는 생각
오늘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 화분에 핀 꽃을 보여 주었던 것인데
나 보다 더 화려한 꽃을 담고 피는
다른 사람의 화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내 화분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을까


◆ 배명숙 약력
- 경기도시낭송협회장

배명숙  경기도시낭송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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