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불의에 맞서 살아있는 비판정신으로 자유와 혁명을 노래했던 김수영 시인.

암울한 현실일수록 더욱 뜨겁게 살아나는 김수영, 국가기관의 선거개입과 민주주의 위협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이 바로 그렇다.

경기시낭송협회(회장 배명숙)는 8일 오후 오산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청소년과 함께 하는 시 낭송 축제 ‘제5회 시 낭송 콘서트’를 열어 김수영의 시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김 시인의 미망인인 김현경 여사, 공란식 오산시문학회 회장, 나영란 오산여류문학회 회장 등 문인들과 박동우·송영만 도의원, 김미정 시의원 등 정치인을 비롯 약 3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이날의 행사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다.

무엇보다 작품의 메시지나 높은 공연의 질, 새로운 형식의 도입 등 여러 면에서 그동안 지역에서 만들어진 공연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 할 만 했다.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결합시킨 시극의 신선한 형태로 집중 조명되면서 어려운 김수영의 시가 좀 더 친근하게 관객에게 제시됐다.

배명숙 회장은 인사말에서 “시를 낭송이나 노래, 영상, 연극, 퍼포먼스 등으로 다양하게 조명했다. 경기도에서 최근 이러한 새로운 장르 바람이 불고 있다. 오산이 이러한 흐름의 창출자이며 지역민들은 자긍심을 가질만하다”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다수의 관객들은 “경기시낭송협회의 공연 수준이 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방향의 모범을 보여주었다”라는 호평을 쏟아내며 배 회장의 자신감에 호응했다.

문화 공연에 있어 제일 중요한 창조성과 작가정신을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공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날 공연엔 풀, 눈 등 김수영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박현욱(성호고)·김하늘(세교고)·박상혁(운암고) 오산시민극단 단원들과 장훈익·남기선·조충현·김순회·배명숙 경기시낭송협회 회원들에 의해 다양한 예술적 장르가 결합된 시극으로 선보여졌다.

역동적인 시극은 현실의 부조리를 질타하고 안주하지 말고 떨쳐 일어설 것을 강조하는 김수영의 시들을 더욱 생생하게 살려 놓았다.

김승환 바리톤의 ‘그리운 금강산’, 신재창 가수의 ‘흔들리며 피는 꽃’ 등의 수준 높은 노래 공연이 이날 행사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타래 청소년 국악관현악단, 목진옥·최병두·홍학기·남기선·홍선희로 구성된 시 노래 중창단의 감각적인 공연도 관객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어린이부터 청소년, 노장년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아울러 참석자들은 인문학의 자긍심과 문화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시낭송, 시극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지역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 경기시낭송협회 회원들의 노력과 열정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한편 이날 공연은 ‘우리동네예술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동네예술프로젝트’란 문화예술단체가 마을에서 실행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예술 공감대를 확장하고 문화 힐링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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