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 펜타빌리지 투자협약 체결식. 왼쪽부터 곽상욱, 신헌, 김문수. ⓒ오산시

오산시가 롯데쇼핑(주)과 추진하는 펜타빌리지 투자 협약으로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거의 전 업종이 타격을 받으면서 지역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시민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에 대해 선거 앞두고 소수가 졸속 결정하면서 시민들이 후유증을 뒷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오산시는 1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곽상욱 오산시장, 신헌 롯데쇼핑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오산 펜타빌리지 투자 협약식’을 체결했다.

펜타빌리지는 오산시 부산동 138-1번지 일원 약 4만 평의 부지에 조성되는 교외형 복합쇼핑몰이다.

쇼핑·문화·교육·키즈·뷰티건강 총 다섯 가지 테마로 오감만족의 개발 콘셉트이다.

△쇼핑몰 △아울렛 △시네마 △문화센터 △키즈 테마파크 등이 들어서며,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생태공원도 조성된다.

부지면적 기준으로 볼 때 부산에 짓는 롯데 복합쇼핑몰과 비슷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롯데쇼핑이 약 3천5백억원을 투자하며, 2015년 착공해 2017년 준공 예정이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협약식에서 “펜타빌리지 조성 사업으로 오산시는 약 2천명의 고용창출과 연간 7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기존 지역 상권의 판로 확대, 중복 상권 보호, 지역상권 우선 참여 지원대책 등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시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오산 펜타빌리지 조성 사업에 따라 연간 8천6백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4천2백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취득세(도세) 110억원, 재산세(시세) 15억원 등의 세수 증대 효과와 더불어 새로운 도시문화 창출과 도시경쟁력 제고에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제시했다.

펜타빌리지 투자 협약, 재벌과 곽시장 이익 위해 유통업자 및 서민경제 희생될 듯

그러나 곽 시장과 오산시의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다.

재벌과 오산시의 화려한 전망과 달리 이 계획이 진행되면 의류, 요식업, 화장품, 이미용, 어린이용품, 문화, 학원 등 대부분의 업종과 전통시장 및 운암·궐동 상가 등 지역경제 전반적으로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 시민은 “부산동에 롯데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오산과 동탄 사람들이 다 그곳으로 갈 것 아닌가? 오산의 상권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쇄적으로 다양한 부문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면서 “외부에서 일부가 오산으로 유입되더라도 시내로 안 들어오고 쇼핑몰에서만 논다. 동탄의 메타폴리스를 봐라. 서민 삶만 파괴된다”라고 우려했다.

오산 오색시장 상인회의 한 간부는 “옷가게, 음식점 등이 타격받는 것은 당연하고, 요식업이 타격받으면 전통시장의 야채·정육 등 일차 상품 매출액도 크게 줄게 된다. 앞에선 전통시장 살린다고 하고 뒤에선 망치로 뒷통수를 내리쳤다”라고 비난했다.

옷가게를 하는 한 상인 역시 “인구 21만의 조그만 오산시에 이미 대형마트 3개, 인근의 대형마트와 중형마트까지 합치면 오산 전역이 재벌 마트 천국이다. 그런데 또 다시 롯데 복합쇼핑몰을 만든다니 곽 시장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서민들 다 죽이려나 보다”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정치인과 오산시에 의해 대형마트들이 시내 한복판에 들어서며 지역의 부가 재벌로, 중앙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아 왔다.

전통시장을 비롯 오산 전역의 유통업체들이 대형마트로 인해 장사가 안돼 몰락하고, 지역의 서민경제는 고사 직전이다.

유통 재벌들은 기존의 백화점과 마트 등의 신규 출점 대신 최근엔 복합쇼핑몰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8월 롯데몰 수원역점, 12월 부산 롯데 복합쇼핑몰이 문을 열고, 2017년까지 서울 상암 DMC지구, 경남 김해, 경기 파주, 인천터미널단지 등에 복합쇼핑몰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골목 상권과 지역의 유통 경제를 몰락시켜 온 재벌이 복합쇼핑몰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곽 시장과 오산시가 덜컥 재벌과 손을 잡은 것이다.

벼랑 끝에 내 몰린 서민들 사이에선 “정치인들과 관이 해도 너무한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할 지 앞날이 캄캄하다.

지역 정가에선 곽 시장과 오산시가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개발을 하더라도 부를 창출할 수 있고 지역 경제에 선순환을 주는 제조업, IT(정보기술)·BT(생명공학기술)·CT(문화산업기술)·디자인 등 첨단 산업, 연구소 등을 유치해야지, 지역의 부를 서민에게서 재벌로 이전시키는 소비성 유통업체만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서민의 삶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식의 개발이어야 하는데 현재의 곽시장과 오산시의 개발 계획은 거꾸로라는 지적이다.

공인회계사 출신의 이윤진 시장 예비후보는 “시장이 표만 보였나 보다. 유통업체 중심으로 100표를 잃더라도 쇼핑과 놀이에 현혹된 1000표의 시민들을 노린것 같다”면서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반경 500~1000미터 범위 상가의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데 쇼핑몰은 오산 전역의 상가가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사주만 이익을 챙길 뿐이다”라고 말했다.

최인혜 시장 예비후보 역시 “곽 시장이 경제에 대해 무지하면 귀라도 열어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귀 닫고 정치적으로 이용만 한다. 재벌에게 이익 주면서 서민경제 죽이는 롯데 복합쇼핑몰을 강력히 반대한다. 현재의 협약 내용은 오산을 소비도시로 전락시킬 뿐 지역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소비자들은 복합쇼핑몰 안에서 원스톱으로 돈을 쓸 뿐 지역 상권은 몰락한다”라고 밝혔다.

박동우 시장 예비후보는 “롯데에서 가지고 있는 땅 지분에 주변의 땅을 조금 더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면서 “개발을 하더라도 운암뜰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가 균형있는 발전을 할 수 있다”라고 현재의 오산시 안에 대해 비판했다.

시의원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선거 앞두고 소수가 음모적으로 추진

서민들의 생존권과 지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 의견 수렴도 없이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심지어 투자협약식조차 시의원들이 모르게 추진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한 시의원은 “지역 유통, 서비스 업종에 전방위적으로 엄청난 악영향을 가져올 재벌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시의원들과 한번도 상의 안 하고 추진할 수 있느냐”며 “가만있지 않겠다”라고 분노했다.

정치인의 선거를 앞둔 개발 공약과 MOU 체결은 서울대병원, K-POP 국제 아카데미 등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그동안 엄청난 예산과 행정 낭비, 지역사회 분열 등 부작용을 낳아왔다.

곽 시장은 서울대 병원 유치 MOU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은 후 그 효용성이 다하자 이젠 재벌 복합쇼핑몰을 선거에 이용 중이다.

박동우 시장 예비후보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6.4지방선거가 7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투자 협약을 맺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선거용 보여주기 MOU를 철회하라”라고 반발했다.

최인혜 시장 예비후보 역시 “왜 곽 시장이 5기 집행부 임기 말에 이런 일을 벌이느냐”면서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롯데는 시장 임기 말에 땅을 사들여 땅장사 하는 경우가 많다. 곽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잇속 때문에 롯데에 걸려들었다. 선거에 복합쇼핑몰을 이용하려고 서민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현역 시장과 연관된 부산동 개발에 대한 여론 조작과 여론몰이 조짐이다.

이미 오산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재벌 편향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 언론에 배포했다.

지역 사회에서 곽 시장과 특수 관계로 알려져 있는 한 신문은 정치인들의 ‘개발 유치 공약 남발, 타당성은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부산동 L사 개발 계획만이 현실성 있다’라는 내용의 사전 정지성 기사를 내 보냈다.

이 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오산시가 놀이·교육시설, 시민편의시설 등의 공적인 기능이 강화된 테마파크 형태의 전문매장을 L사에 요구했으며, 총 3천~4천억 원의 민간 투자 발생과 2천여 명의 고용 창출, 개발부지의 30%가 기간시설로 확충될 것이라는 등 특정 정치인에 유리하게끔 내용을 포장했다.

시 내부 고급 정보를 확보하여 다른 정치인들의 개발 공약은 현실성이 결여된 공약으로 몰고 곽 시장의 오산시가 발표 예정이었던 롯데의 부산동 복합쇼핑몰만이 현실성이 있고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 시민은 “정치꾼들과 어용 언론에 한 두 번 당했느냐. 더이상 이들의 농간에 놀아나면 안 된다”면서 “재벌 복합쇼핑몰 계획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정치인과 오산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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