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경기도의 농업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에는 경기미가 미국에 수출이 되기까지 했다. 이에 본보는 경기도의 농업환경과 농업정책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다가올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비하고자 경기농업 기획시리즈를 게제 한다.


1태풍이 쌀 농업에 미치는 영향

자연과학적 시각으로 본다면 태풍은 지구의 평균기온을 유지하기 위한 거대 에너지 이동에 불과하다. 그러나 에너지의 급작스런 이동은 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함께 동반해 왔다. 일반적으로 태풍이라고 불리 우는 열대성 저기압은 적도선상 남북위 15도 선상에서 발생하며,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북위 고도로 이동하면서 소멸을 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에 상륙하는 태풍은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 동북아시로 이동하며,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Cyclone)은 벵골만으로 향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영화를 통해 익숙한 이름이 된 허리케인은 카리브해에서 발생해 멕시코 만으로 에너지를 이동 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의 건강상태를 볼 때 지극히 정상적인 운동에너지의 이동이다. 그러나 거주지를 정하고 사는 사람에게는 치명적 피해를 입힌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59년 불어온 ‘태풍 사라’는 부산에 상륙할 때 중심기압이 952hPa의 초대형 태풍이었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사라는 전남여수와 통영사이로 상륙해 포항을 지나 빠져 나갔다. 이 과정에서 사라는 사망 849명, 실종 2천533명과 37만3459명의 이재민을 발생 시키는 최악의 참사를 연출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꾸준히 태풍에 의한 피해를 줄이려는 시도를 해 왔다. 하지만 핵폭발에 몇 배나 버금가는 태풍의 피해는 여전히 위력적 이다. 가장 최근 불어 닥친 대형태풍인 2002년의 태풍‘루사’는 5조1479억원에 이르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재산피해를 입혔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의 주된요인은 강풍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태풍이 동반한 물 에너지인 홍수에 의한 것이다.

태풍과 함께 쏟아지는 강우의 양을 집중호우기에 쏟아지는 강수량과 함께 계산하면 우리나라 전체 평균 강수량 1200mm의 반에 해당하는 600여 mm의 비를 짧은 시간안에 지면으로 이동 시킨다. 이렇게 많은 양의 비는 우리나라의 저수지와 댐이 저장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다. 결국, 초과한 많은 양의 강수는 논과 밭에서 저장 하게 된다. 통상 논 1ha는 물 3000톤 정도를 보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전체국토의 19%가 논이며 농경지는 의외로 홍수조절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역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농경지가 가지고 있는 홍수조절기능을 돈으로 환산 하거나 댐으로 환산하면 전국에 소양강 크기의 다목점 댐 380여개를 논밭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계산을 바탕으로 추론해보면 만일 생산녹지에 해당하는 논이 없어진다고 가정할 때, 홍수에 의한 인적 물적 피해는 지금보다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농지는 해마다 줄어가며, 태풍에 의한 재산피해의 규모는 갈수록 늘어만 가는 현실이다. 농지를 꾸준히 보존하고 늘려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기도만 보면, 지난 20년간 전체농지의 21.8%가 감소했다. 농지 감소분만큼의 위기시의 저수용량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농지가 감소했다고 농업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기술의 보급 등으로 농업생산량과 규모는 지난 50년간 꾸준히 확대 됐다.

이와 함께, 한국의 논이 가지는 기능은 홍수나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시 물의 저장 기능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농경지에서는 매년 조류의 개체수와 종수가 증가 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특히 세계적 히귀종인 ‘노랑부리백로(시화호)’ 등 15종의 조류는 농경지에서만 발견된다. 이제 농경지는 단순한 쌀이나 작물을 생산했던 개념과는 달리 조류 서식지를 제공하며, 양서류와 일부어류의 생태기능을 유지해 주는 인공 습지의 개념으로도 봐야 한다. 결국 농지의 본존문제는 환경문제와 직결된 셈이다.

농지의 감소는 우리 삶의 질과도 이렇게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가 추진한 새만금 사업으로 인해 얻어진 토지를 본연의 용도 이외에 사용하는 것 자체를 신중히 검토해 볼 만한 문제이다.

또한, 개발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농지를 형질변경시키는 일도 좀더 신중히 검토해 볼 부분이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광교신도시, 동탄 1`2 지구 등 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농경지가 상당한 면적에 이르고 있다.

개발이익의 문제와 녹지보존의 문제는 서로 상충되기도 하지만 태풍 같은 커다란 자연재해를 맞았을 때, 우리가 보존한 농경지는 우리를 위험에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향후 개발이익을 위해 농경지의 매몰이나 손실 등이 우려된다면 그에 상응한 대체 습지 조성에 관한 입법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태풍 등으로 인한 집중 호우는 자연이 우리에게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자연 순환의 법칙이다. 이런 자연 순환에너지를 가두어 두는 농경지의 감소는 장래 국가 경쟁력은 물론 경기도 전체에게도 커다란 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 정금란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