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미의 생존 방법과 나아갈 길에 대한 모색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에 있어 최대의 희생자는 농민 이라고 한다. 그리고 농민들이 생산한 쌀을 북한에 주는 것은 퍼주기 라는 말이 나오기 까지 하는 현실에서, 현 우리나라의 쌀 생산 실정과 소비패턴을 돌이켜 보면 일방적 퍼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쌀은 지난 1990년 이후, 생산된 쌀의 보관을 위해 해마다 창고를 증설해 왔다. 특히 오늘날에 있어서는 쌀의 신선도와 품질 유지를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쌀은 보관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작물이다. 도정의 단계를 거쳐 각 가정에 이르는 과정이 통상 7일 이내라는 유통 현실을 감안 한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연간 300만 톤 이상의 쌀을 보관해야 한다.
문제는 쌀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싸일로’라는 특수 저온 냉장창고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농협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저온냉장창고를 많이 건설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그리고 정부가 쌀을 공매해 저장하는 창고를 건설하고 있지만 이도 역시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이다.
남는 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출과 기부 일 뿐이다. 그러나 수출에 있어서는 우리가 쌀 수입을 쿼터제로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 하다.
올해 들어 예외적으로 경기 고양의 친환경 쌀(오리농법)과 평택의 ‘슈퍼오닝’ 쌀이 해외로 수출 하기는 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이며, 농림부도 수출을 빌미로 우리 쌀 시장이 개방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에 자주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해마다 300 만 톤씩 쌓여가는 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좀 더 복잡한 문제이다.
쌀을 바다에 버리기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불가능한 문제이다. 그렇다고 남는 쌀을 불태워 버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버린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 한다고 해서, 국내의 저소득층이나 극빈자들에게 쌀을 무상제공 하자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해 300만 톤이나 되는 쌀이 국내 저소득층과 극빈자에게 단순히 무료로 제공되는 그 순간, 우리나라 쌀 시장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쌀농사를 하는 농민 전체에게는 이미 쌀농사를 포기하라는 명령서와 다름없는 사형선고이다.
실례로 대한민국 최고 쌀 이라는 경기미는 한해 50여만 톤이 생산되며, 이중 60%는 정부공매와 농협을 통해 매입이 된다. 나머지 40 % 상당의 쌀은 자체소비 이거나, 민간 RPC를 통해 소비가 된다. 그런데 지난 2005년처럼 경기미가 극심하게 팔리지 않을 경우, 관계 당국이 일방적으로 경기미를 매입, 저소득층에 선심성 공급을 했다면 경기미의 브랜드 값어치는 이미 폭락의 단계를 거쳐 회생 불능의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지만, 아무도 개입하지 않았다. 다만 시장의 원리에 따라 경기미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했을 뿐 이다.
07년 10월말 현재 경기미는 가격 안정성을 바탕으로 물량이 모자라는 현상이 발생한 예가 있다.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버리거나 국내 극빈자에게 제공되는 쌀도 유통 시장의 범주 내에서 정상적인 가격을 주고 사온 경우에만 행해질 수 있는 것이다.
잉여분의 쌀을 해외에 기부하는 방안이 하나 있다. 그런데 기부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 주변국가에 기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외교상 어려운 점이 있다. ‘자포니카’게열의 쌀을 먹는 국가는 한정돼 있으며, 중국이나 일본, 홍공, 태국(인디카 계열)등은 한국쌀의 국내 유통이나 기부가 반갑지 않다. 나름대로의 시장유통질서와 국내산 쌀의 점유율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아프리카 국가에 쌀을 기부 한다는 것도 실제로는 어려운 문제다. 기부 받는 쪽이 운반비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정부는 가까운 북한을 이용해서 우리 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한 예가 있으며, 앞으로도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것을 정치적으로 지나친 해석을 하는 것에 있다.
2. 아스팔트 농사보다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경기미 품질 고급화만이 살길이다.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전두환 정권에 이르기 까지 쌀의 대량생산을 목표로 매진한 결과,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쌀이 남아도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쌀에 대한 문제에 있어, 수매가를 국회에서 처리한 결과, 일부 농민들은 쌀 수매가격을 데모와 농성으로 처리 했으며, 이로 인해 쌀 수매가격은 쌀의 품질에 관계없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쌀이 재도약 했어야 하는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10년 동안 품질의 향상을 도모하지 못한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 했으며, 쌀 자체의 생존능력과 경쟁력을 상실케 한 주요 요인이 됐다.
그리고 품질을 등한시 한 채, 단순히 정부나 정치권에 수매를 요구하는 방식의 쌀 생산과 소비 패턴은 이웃나라 일본이 쌀 품질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세계 고급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순환형식 이었다.
한번, 국회로 넘어간 수매가 결정권은 오래도록 쌀의 품질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게 만들었다. 국회에서는 농민들의 표를 의식, 쌀 품질 고급화와 쌀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다.
이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까지 쌀의 품질 고급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 와서야 쌀 품질 고급화 문제가 집중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는 쌀을 북한에게 조금씩 보내주며 남북관계는 물론 국내 쌀 농가의 불만도 해결하는 식의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도 사실이다. 이는 보관비용과 폐기비용의 딜레마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득보전직불제로 바뀌면서 쌀 수매가격을 올려달라는 농민들의 아우성이 정치인들에게 쉽게 전달돼지 않는 구조를 탄생하게 만들었다. 결국 고품질 쌀이 팔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 했으며, 지금은 지자체와 함께 너도 나도 고품질 쌀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 1차 산업에 자본주의의 경쟁 개념이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자국산 쌀의 생산 한계를 예측하고 고품질 쌀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정확히 10년 앞을 내다본 결과, 중국 상해 암시장의 90% 이상을 장악 했으며, 홍콩내 고급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내 자포니카 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역시 일본 미키타현에서 생산된 쌀이다.
일본이 주도한 벼 품종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고시히까리(중생종)’다. 고시히까리는 경기도 전역에서 많이 키우는 벼 품종의 하나이며,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일본과 합의 끝에 경기도에서 생산하는 것을 협의한 쌀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쌀 생산 여건을 보면, 경기도는 세계제일의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지리적 여건을 고루 갖춘 지역이다. 북위 42도 선상에 위치한 경기도는 일교차가 크고, 늦가을 볕이 존재하는 전세계적인 유일한 땅이다.
일본의 대표적 쌀이 중만생종인 ‘고시히까리’라면, 우리나라는 만생종인 ‘추청’을 가지고 있다. 중생종과 만생종은 생육일수가 짧게는 20일에서 길게는 35일 까지 차이가 난다. 쌀에 있어 생육일수가 오래된 쌀은 태양이 주는 에너지를 더 많이 품고 있으며, 식미 또한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아쉬움이 바로 이것이다. 해양성 기후에서 키울 수 없는 만생종 벼를 우리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우리가 추청 이라고 말하는 벼품종도 이미 오래전에 경기미의 가능성을 들여다 본 일본에 의한 품종이라는 것이다.
추청을 일본말로 옮기면 ‘아끼바레’다. 나이드신 분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끼바레 쌀’ 그것이 바로 경기미 이다. 만생종인 아끼바레 쌀은 정말 맛있다. 이것은 해방이후 오랫동안 쌀에 관한 인이 박힌 분들이 누누이 하는 말이며, 요즘도 식미 감정 결과, “아끼바레 최고다”라는 찬사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골고루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정부산하 벼품종 연구기관이나 농민들은 스스로의 발전에 게을리 했다. 품질 문제 보다는 쌀의 수매문제와 생산량에만 메달려온 경향으로 인해 경쟁력을 놓치게 되는 우를 범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미 5년여부터 고급쌀이 미래 쌀 시장의 대안임을 파악,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투자를 해온 결과 일부 친환경 고품질 쌀이 해외로 수출되는 쾌거를 얻었다. 농민에게 희망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 정금란의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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