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쌀 대표주자로 경기미를 키워야 한다.
지난 95년 WTO 협정을 기반으로 도하에서 출발한 우루과이 라운드는 우리나라 농업 전반에 걸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절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의 농업부분에 관한 일부 개방과 함께, 비록 쿼터제라고 하지만 외국 쌀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는 일대 변혁을 맞았다.
이는 농민들에게 커다란 반발을 불러왔으며, 정부는 농민단체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으나 세계경제의 흐름이라는 대세를 막지는 못했다.
지금 까지 쿼터제로 묶여 들어오는 외국쌀의 소비 패턴을 보면, 처음에는 주로 주조용(술)과 사료 등으로 많이 사용돼 왔지만 ,요즘은 대중음식점 등에 일부 식미용 쌀이 사용되는 등, 조금씩 이나마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한미군을 통해 일부 유통됐던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도 당당하게 우리시장에 안착했다.
‘칼로스’가 본격적으로 들어온 지난해, 칼로스는 국내 쌀의 유통기간이 짧다는 것을 무시한 채 들어온 결과 처음에는 소비자들에게 냉대를 받았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대형 식당 등으로 팔려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으며, 중국쌀과 태국쌀(인디카)도 차츰 나름의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쌀시장 개방 10년 만에 생겨난 변화 이다.
밥쌀이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의 수입쌀 동향은 앞으로 우리 쌀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를 하면서 경기미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가에 대한 해법도 제시해 준다.
지난 1995년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수입쌀 56,409톤을 들여왔으며, 2004년에는 4배가 증가한 228,032톤을 들여와 국내시장에 풀렸다. 여기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문제는 물량의 10%(04년)인 22,557톤이 소비자 시판용으로 국내에서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판용 밥쌀 판매의 증가분은 오는 2014년에 이르면 전체 수입량의 30%에 이르는 122,610톤을 소비자 시판용으로 팔 수 있게 된다.
결국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수입쌀과의 생존경쟁에서 경기미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품질고급화와 규모화된 농법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미국산 쌀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미국산 ‘칼로스’가 가지고 있는 긴 유통기간은 한국인의 까다로운 식성 등을 채워줄 수 가 없다. 오랜 시간 동안 미국산 쌀이 우리나라의 고품질 쌀 시장에 주류로 끼어들기 어렵다는 결과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미국산 밥쌀 판매의 참패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산 쌀의 시판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올해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한 쌀 34,429톤 중, 지난 6월 공매를 통해 미국산 쌀 일부가 팔려나갔다. 전체 미국산 수입쌀 1만4천여 톤 중, 3등급 밥쌀용 4,162톤이 모두 팔려 나갔다.
낙찰률도 지난해 0%를 기록한 것과는 달리 올해는 90%에 이르고 있다. ‘칼로스’의 가격 경쟁력이 우리 쌀시장을 움직인 결과 이다.
중국 쌀은 미국 쌀의 문제와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의 동북삼성 일대는 우리나라와 같이 최고급 쌀을 키울 수 있는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
다만 중국내 육상 물류비용의 한계와 브랜드 인지도, RPC의 현대화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주춤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중국 쌀은 2만2천여 톤이 수입, 공매를 통해 2천여 톤이 팔려나갔다. 생각 밖으로 아직 까지는 저조한 편이다.
중국 쌀의 국내 판매가 지금 까지는 저조하지만 한국쌀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중국은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인디카계열의 쌀을 소비하며, 30% 정도만이 우리와 같은 ‘자포니카’ 계열의 쌀을 소비한다.
이런 통계는 중국이 ‘자포니카’계열의 쌀에 눈을 돌려 전략종목으로 선회, 쌀의 생산 기반시설의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우리나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됨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중국 고품질 쌀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풀리면 가격경쟁력은 우리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며, 유통기간은 미국산 ‘칼로스’보다 짧게 된다. 우리 쌀 시장은 미국이 열고 득은 중국이 보게 되는 기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이러한 우려는 상당히 근접한 현실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벼’라는 작물이 많은 물을 소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같은 경우는 전체 GDP생산량의 3%에 불과한 농사를 위해 호주가 사용하는 전체용수의 7%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관한 이유로 논농사를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중국의 경우를 보면, 한참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가지고 변혁을 가져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물의 이용 우선순위에 논농사를 상위에 두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점은 중국이 가지고 있는 농사의 약점 중에 속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경제개발 속도를 고려한다면 우리에게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중국 자국 내의 물 사용 계획 수정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우리는 위협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면한 중국 쌀의 문제는 다른 곳에도 있다. 가공품으로 들어오는 중국 찐쌀의 저가 공세로 인해 국내 쌀 시장이 실제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천 원짜리 김밥과 학생들이 즐겨먹는 떡볶이 재료의 다수가 중국에서 수입된 찐쌀로 제작된 것이 라는 것이 농촌진흥청의 설명이다.
김밥 한 줄을 국내산 쌀의 가격으로 제작 하면 1000원 짜리 김밥을 만들기 어렵다는 현실이 중국 저가의 찐쌀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찐 살을 표백하기 위해 세제를 사용한다는 일부 자료는 가뜩이나 먹거리 시장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우리에게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와 농정국은 다각적인 대처 방법을 모색 중이지만 중국 저가 쌀의 공세는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 오로지 판매하는 분들의 양심의 문제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통계와 시장의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우리 농정에게 긴 시간이 남아 있지는 않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활용해 경기미가 우리나라 전체의 고급쌀을 대표하는 쌀임을 증명하는 것과 소비시장에서 경기미를 보다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쌀 판매의 다각화를 모색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
경긷의회 농림수산위 정금란위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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