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일까?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성 글로벌 격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여남평등지수가 128개국 가운데 97위라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여성이 매우 불평등한 구조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이 국민, 서민,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그 속엔 가난한 자 중의 가난한 자인 여성의 삶의 꿈이 포함되어 있나? 포함되어 있다면 그것은 역사적으로 지속적 억압 속에 있었던 여성임이 고려된 것인가? 성차별을 양산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는 있는가? 지역의 하부단위의 공공부문으로 내려갈수록 성평등의식이 낮은 상황에서 지역을 개선할 구체적 실천전략이 있나? 어떤 상황에서라도 성평등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있는가를 우리 여성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여성도 이 사회를 만들고 키워온 절반의 구성원이므로 차별 없는 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성의 입장에서 각 후보의 대선공약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첫째, 여성의 노동권 확보에 대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성중의 절반만이 임금근로자이다. 거기다 비정규직의 약 70%인 500만 여성이 비정규직이다.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의 66.6%가 저임금(시간당 4,712원)이하이며 사회보장제도의 보호 밖에 있다.
또한 저임금노동 뿐 아니라 육아, 교육, 가사 이중삼중의 노동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한부모여성가족(10가구 중 3가구)의 자립지원, 전체장애인 취업의 16% 뿐인 장애여성의 고용문제 해결 등 소수자를 위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여성의 저임금과 노동시장 배제의 근본적인 이유는 남성은 생계부양자이므로 전적인 시장노동자로 보고 여성은 필요에 따라 사회적 노동 또는 가사노동을 하는 부차적 노동력으로 보는 시각과 시스템 때문이다. 이런 시각은 여성을 불완전한 노동자의 자리에 위치시킴으로써 혼인관계를 벗어나면 경제적으로 생존하기 어렵게 한다. 따라서 여성을 완전한 한 노동자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성평등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둘째,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국가 시스템으로 갖추는 사회적 돌봄 정책이 있어야 한다.
현재 많은 수의 가사노동 전담자가 여성임으로 가족 안에서 육아, 간병, 수발 등의 돌봄을 여성의 비급여 희생에 의존하고 있고 여전히 여성에게 전통적 성역할을 강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은 성별분업을 조장?유지하고 있다. 이제 성역할 고정을 넘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인식과 가치를 높이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적 돌봄의 시스템으로 전화하는 것이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셋째, 이 이외에도 국·공립보육시설의 강화(30%), 통일에 여성참여 확대, 성평등 정책추진기구와 성인지 예산제도 실효성확보 방안 등 여성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실천전략을 내는 정책이 이어야 한다.
몇 일전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대선후보 여성정책 질의에 대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질의 가운데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입법, 비정규직법의 문제점, 계약해지, 분리직군제 등 편법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고, 정동영 후보는 2년간 여성 비정규직 문제로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에 대한 입장과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라는 질문에 대해, “고용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행정당국과 사법기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며 직접고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옳은 방안일 수 없다”고 답했고. 이명박 후보도 비슷한 태도였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공기업으로서 철도공사는 승무원 직접고용 해야 하고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답했으며 문국현 후보 측은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철도공사의 성별분리 간접채용을 ‘성차별’이라고 판단했고, 실질적 사용자가 철도공사임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며, 철도공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성의 현안과제인 비정규직문제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문제, 뉴코아-이랜드문제를 여성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의사가 이명박, 정동영 후보에게는 없다는 것을 위 답변에서 알 수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 성평등한 사회를 지향한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러나 모든 정책에는 돈이 든다. 특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곳 하나에도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겠는가? 예산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말로 하는 정책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어떤 후보는 탈세와 세금포탈을 막고 재벌들의 세금을 걷어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이야기 하고 어떤 후보는 경제성장 7~8%가 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성차별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우리는 5년간의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할 최고의사결정권을 주어야 하는가?
신문방송에서는 날마다 대선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하나같이 정책은 실종하고 여론만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선거는 끝난 거나 진배없다고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여성들은 이미지에 흔들리지 말고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선거를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를 보라! 전 영역에서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을 향한 여성정책기사는 주요 언론기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정책안내란에도 여성정책은 볼 수 없다. 겨우 찾는다면 2007 대선후보 초청 여성정책토론회 준비위원회와 여성신문사가 주최한 토론회를 KBS에서 중계한 것뿐이고 그 토론회내용을 여성신문을 제외한 다른 신문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우리가 좀 바쁘더라도 찾아내고 알아내어 여성차별이 없는 사회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 누가 우리대신 우리에게 자유와 평등을 거저 가져다주겠는가?
석윤진희(昔尹眞喜), 필명 유유(悠悠)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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