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10%, 백혈병 걸린 주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무균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와 안부를 주고받는 유미라(46) 씨는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5년째 투병 중이다. 현재 그녀의 생존율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첫 발병 이후 몇 차례에 걸친 항암치료로 버텨왔지만 더 이상 항암제로도 치료효과를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두 남자는 남편인 김광희(49) 씨와 미라 씨의 친오빠 유찬열(48) 씨다. 남편 광희 씨는 해 오던 사업이 사기를 당해 망하면서 3년 전, 중국으로 건너갔다. 아내의 병원비라도 벌기 위해서였다. 투병 중인 아내 곁에서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병원비만 눈 덩이처럼 불어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아내를 홀로 두고 중국행을 택해야 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급히 귀국한 것은 미라 씨의 수술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친 오빠가 골수 기증
미라 씨에게 골수를 주기로 한 사람은 오빠 찬열 씨. 그 동안 부족한 병원비는 오빠인 찬열 씨가 내주고 있었다. 이미 지난 해 골수이식 얘기가 나왔지만 수술비가 없어 미라 씨는 수술 대신 항암치료를 계속 하기로 결정했고, 1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 회사원인 찬열 씨도 더 이상은 금전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 미라 씨는 지금까지 병원비를 도움 받은 것도 모자라 골수까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라 오빠에게 많이 미안했지만 결국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식 날짜가 잡히고 무균실에 들어간 미라 씨는 하루에 한 번, 2시간만 보호자인 남편과 오빠를 창 너머로 볼 수 있다. 3년 만에 만난 남편의 얼굴과 환자복을 입고 있는 오빠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아내는 미라 씨. 수술비 마련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두 남자는 미라 씨 앞에서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무사히 수술을 받고 이겨내자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골수 이식 이후 수술비 마련 걱정
무균실 안에서도 병원비 걱정으로 한숨짓는 미라 씨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 남편 광희 씨. 사실 두 사람은 재혼한 사이다. 함께 남대문시장에서 악세사리 장사를 시작하며 제2의 인생을 꿈꿨지만 상가 전체가 사기를 당했고, 다시 일으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1억 원의 빚만 남긴 채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러던 중 평생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미라 씨가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 받는 불행이 겹치게 된 것이다. 신용불량자가 되어 아
내를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광희 씨는 자신을 한탄하며 당장 골수이식수술비용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짓는다. 행복하기 위해 다시 시작한 두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불행. 이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두 사람에게 놓인 짐이 너무 크다. 아내의 목숨만 살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광희 씨의 젖은 눈가가 애처롭다.
전경만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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