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물망에 올랐었던 그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화두로 본격 등장한 뛰어난 여성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흐름,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여성들이 여성의 사회적 권리의 획득을 위해 싸워서 얻어낸 민주적 인식의 변화가 만든 여성정치인의 성장, 더불어 아직은 권력화 위계화 되어 있지 않은 그녀들의 청렴성과 조화와 평화의 여성적 이미지를 등에 업고 권위적이고 부패한 남성정치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바람막이로 이용하고 용도폐기 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숨기기 어렵다.
김대중 정권 말기 위기정국에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서리라면서 민심수습용으로 기용하려했던 장상, 탄핵을 주도한 후 몰락해가던 민주당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삼보일배와 눈물로 민주당을 기사회생시킨 추미애, 존폐위기였던 차떼기 정당을 일으켜 세운 박근혜, 검찰개혁의 칼날이 되어주었으며 패배가 뻔한 지방선거에 출마해서 참패를 면케 해준 강금실, '여대야소'의 정국구도가 전환되고 야당과의 '대화 복원'을 노려 임명했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칭해지는 한명숙.
그녀들의 정치행적을 돌아보니 “푼돈도 함부로 쓰지 않은 아내가 남편이 망가뜨린 집안을 추슬러 그가 돌아올 자리를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 유력한 여성 정치인들의 현주소이다.”라고 한 문학평론가 정문순의 말에 새삼 가슴이 시려온다.
이 시대 우리에게 정녕 필요한 정치인은 남성정치가가 저질러 놓은 난국을 타개해주는 여성성만 주목하는 대리적 여성정치인이 아니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불행하다면 나머지 절반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할 줄 아는 정치인,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는 도덕적으로 청렴한 정치인, 관료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정치성향과 쟁점이 생겼을 때 최약자 중심의 사상적 성향을 갖춘 정치인, 그리하여 성평등의 실현과 민주주의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국민을 설득하여 추진할 줄 아는 국정운영능력을 소유한 사람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이 여성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전히 저임금과 실업의 불안에 시달리며 직장 내 성희롱을 견디면서 생존하고 있다. 남성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회곳곳 -얼굴 덜 예쁜 마사지 걸 고르는 게 인생의 지혜(이명박 후보)라느니 고려청자는 풋풋한 여대생의 엉덩이와 같다(유홍준 문화재정장)느니 여자농구선수성추행감독을 농구발전에 노력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양석 판사)하고, 빰 6~7대 때렸으나 폭행한적 없다(탤런트 이찬)등- 에서 여성비하와 성 상품화, 성폭력·가정폭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거기다 인간을 배제한 이윤과 성공신화가 성평등을 이룰 최적지점인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여성노동자의 태반이 비정규직인 상황에 신자유주의의 폭풍인 FTA는 공공영역을 축소시켜 빈곤한 여성의 삶을 더욱 피폐케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문제는 최대 피해당사자여성의 적극적 해결의사가 없으면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투표하는 날. 어서 빨리 대통령후보의 절반이 여성이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 내가 꿈꾸는 대통령의 탄생을 고대하며 투표소로 간다. 나는 우리들의 후배인 소녀들의 입에서 “나는 대통령이 될 테야!”라는 당찬 선언이 줄을 잇는 그때 “여자애들이 기가 세서 큰일이야!”대신 다가올 미래를 흐뭇하게 기대하며 지지하는 *유리천장 없는 사회문화적 풍토를 일구겠다. 그리하여 그 소녀가 성장해서 대통령에 출마한 미래에는 내가 소망하는 사회를 만들어낼 실천력의 소유자인 그녀의 이름에 아무 망설임 없이 깔끔한 한 표를 날리리라! 나는 기쁘게 그날을 준비하며 오늘의 우울한 투표를 견딜 것이다.
석윤진희(昔尹眞喜), 필명 유유(悠悠)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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