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만 성별표기를 별도로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중언부언하는 것도 사실 낯부끄럽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참여 이후로 오늘까지 이 불편한 활자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필자는 신문을 읽을 때마다 매번 곤욕스러움에 미간을 찌푸리곤 한다. 오늘 새삼 이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은 몇 일전 MB정권의 인수위원장에 대한 조·중·동 보수언론의 기사에 하나같이 “첫 여성 인수위원장”이라는 머릿기사들을 보며 든 생각 때문이다.
몇 년 전 부터 여성관련 이슈가 뜨거울 때마다 역차별 운운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역차별 이라니! 아직도 대문짝만하게 “한국 최초의 여성 무엇무엇”이 심심치 않게 뉴스가 되고 있는 세상이다. 고위직이든 남성전유물직군이든 여성이 진출 할 때마다 여성들은 특별하게 신문 한 면을 장식한다. 이것은 이 사회가 여전히 남성주류사회임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거기다 그 최초의 여성들은 끊임없이 실력을 입증하지 않으면 보다 날카로운 비난의 대상이 되어 도마에 오르기 십상이기도 하다.
전국신문 어디를 둘러봐도 여성에게 특별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여성의 성별은 괄호 안에 별도로 들어가 있거나 접두사로도 널리 이용된다. 여류작가, 여의사, 여교사, 여종업원, 여직원, 여가수 등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고 일반화되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직업군에도 별도의 성별표기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이것은 여전히 여성을 사회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 취급하는 남성중심사회라는 피할 수 없는 증거이다.
사실 이러한 성차별적 관행은 고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고치려는 의사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다. <한겨레>는 창간 초기부터 여남의 차별적 시각을 피하기 위해 괄호 안에 여성을 별도로 표기하고 있지 않으며 여성이나 남성 모두를 ‘○○○씨’로 표기하는 등의 의식적 노력을 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언론들도 의지만 있다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성별체계를 파괴하는 것은 단지 여성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양성성이 내재해 있다. 이런 것만이 남성다운 것이며 남성의 역할이라는 성역할의 억압에서 풀려나 자신에게 있는 다양한 면모를 어떤 구속 없이 실현 하는 것도 남성이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빼앗긴 행복이다. 자! 이제 남성이라는 기득권과 굴레를 내려놓으라. 그리고 여성만의 영역이라는 편파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 안에 숨어 흐르는 특성을 찾아 발현하는 또 하나의 주체가 되자. 그리하여 억압 없는 인간의 길에서 우리와 연대의 손을 마주 잡자. 우리는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동지가 아니던가!
석윤진희(昔尹眞喜), 필명 유유(悠悠)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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