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삶의 터전
어민들의 한숨소리가 가득한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 하루 종일 걷어내도 다음 날이면 다시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름에 어민들은 할 말을 잃는다. 기름 냄새라면 치를 떨 만큼 지겹지만 살기 위해서 오늘도 새벽부터 방제작업에 나선다. 갯바위에는 고령의 노인들이 하루 종일 쭈그려 앉아 바위에 붙은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기름은 잘 지워지지 않을뿐더러 밀물이 들어왔다 빠지면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굴 껍질을 까는 등 대부분이 맨손어업 종사자인 만리포 주민들에게 기름 유출 사건은 엄청난 재앙인 것이다.
조손가정을 덮친 재앙
하루 종일 앉아서 15kg의 굴을 까야 3만 원을 벌 수 있었던 김영월(70) 할머니는 이제 할 일이 없다. 곧 중학교에 입학할 손자 범희(13)의 교복이며 운동화 구입이 당장 걱정인 할머니. 이혼 후 아이들을 맡기고 도시로 나간 아들도 형편이 좋지 못해 올 수 없는 상황. 범희 동생 아영이(10)까지 두 아이를 겨우 키워왔던 할머니는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이다. 한 번 방제작업을 하고 나면 보건소에서 타온 관절염과 두통약을 먹어야 견딜 수 있을 정도지만 이 일이라도 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다.
19명 중 11명이 조손가정, 의항분교
안타깝게도 소원초등학교 의항분교에는 전교생 19명 중 11명이 범희, 아영이네처럼 조손가정이다. 전교생 대부분이 저소득 가정이며 어업에 종사하고 있어 이번 기름유출 사고는 아이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보호자들이 아침 일찍 방제작업에 투입되면 굶고 오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분교는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난 후 비상사태에 돌입하여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방과후 교실을 운영해 오후 늦게까지 돌보고 있다. 하지만 재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언제까지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기독교계 차원 봉사활동 활발히 진행
다행인 것은 전국에서 모여드는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다는 것. 이에 한국교회도 그 선두에서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전국교회가 연합하여 ‘서해안살리기 한국교회봉사단(대표 김삼환 목사)’을 발족하고 현지의 만리포 교회(담임 유성상 목사)에 상황실을 설치, 매일 2천 명 분의 식사와 목장갑을 제공하고 봉사활동 안내를 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 등 대형교회 목사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방제작업에 나서 심각한 현지 상태를 파악하고, 교계 차원의 인적·물적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앞으로 바다가 다시 살아나기까지 수 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전국 5만 교회가 힘을 합하여 마지막까지 도움의 손길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데도 목소리를 같이 했다.
참혹한 태안앞바다의 상황과 기독교계 봉사활동의 감동적인 모습은 CBS TV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 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1월 6일(일) 오후 4시 / sky life 412번, 지역 케이블 TV, CBS-TV 인터넷 방송(www.cbs.co.kr)>
전경만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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