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불명 두부 대량유통 정부가 용인

대두 미국산 100%’란 표기 대신에 ‘수입산 100%’라고
국가명 대신 수입산 표기 기업 경쟁력을 강화 시킬 것
소비자 주권은 나중 문제

수원에 사는 이모 주부는 며칠 전 마트에서 두부를 구입하다가 깜작 놀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에 표시되어 있던 원산지 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주로 구입해 먹는 두부에 ‘대두 미국산 100%’란 표기 대신에 ‘수입산 100%’라고 표기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비자들을 위해서 4년 전부터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는 생산이력표기가 남모르게 한 발작 물러서서 ‘어느 나라에서, 무엇을, 누가, 어떻게, 왜’ 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야 하는 ‘생산이력표기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정부가 수년전부터 강력하게 추진했던 생산이력표기제도에는 원산지와 유통기한, 책임자 등이 간단하게나마 표기되어 있고, 소비자는 유통되고 있는 식품에 대한 정보를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는 농림식품부 고시를 통해 “1년 안에 수입처가 3번 이상 바뀌게 되면 수입국 표기를 안 하는 대신, 수입산 이라는 표기를 해도 좋다.”고 관계법령을 바꾸어 놓았다.

결국 수입업자들은 정부의 이런 방침을 악용해 우리가 매일 접하게 되는 두부 및 유제품에 국적불명의 ‘수입산’ 이라는 표기만 한 채 관련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식품으로 두부를 예로 들어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콩 생산량은 일년에 10만여톤에 불과하고 나머지 30만톤은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콩을 수출하는 미국은 전 세계 콩 시장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중 70% 이상이 GMO(유전자변형식품)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내포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두부의 원료로 쓰이는 대두는 국내콩과 수입콩간의 가격격차가 심해 두부의 가격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에서 팔리는 1천원대의 두부는 거의 100% 로 수입콩으로 만든 두부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수입된 콩의 원산지를 소비자가 알 수 없도록 법률(농림식품부 시행령 제 25조 4항)이 개정되어 두부를 파는 해당 기업들만 편하게 된 셈이다.

두부를 주로 파는 국내 굴지의 A업체의 담당자는 “자신들이 직접 수입하는 중국산 콩은 중국산 이라는 생산지 표기를 하고 있지만 ‘농수산물 유통공사’를 통해서 들어오는 콩의 경우 1년에 3번 이상 원산지가 바뀌어 법률에 따라 ‘수입산’이라고 표기해 팔고 있다”고 말하며 이 문제가 기업의 도덕성이나 소비자들의 신뢰도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다“고 주장한다.

김치는 물론 국내에서 많은 농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B 업체의 관계자는 “농산물유통공사가 콩을 수입하면서 원산지가 계속 바뀌면 바뀔 때 마다 원산지 표기를 달리해야 하는 기업들의 편의를 위해서 시행령을 개정했다. 우리가 주도해서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두부를 주 생산품목으로 하는 강원도 C사의 관계자는 “유통업체에서 원산지 표기를 해달라고 요구를 할 때마다 포장지 라벨을 바꾸는 데, 한번 교체할대 마다 4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간다. 소비자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생산자를 보호해야 할 권리도 있음을 알아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우라나라의 콩 수입현황을 보면 지난 2008년 기준 연간 1,016,809 톤을 수입했다. 이중 미국산이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전량 브라질에서 수입했다. 문제는 두부를 만드는 대두의 경우 미국산이 9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이 콩이 GMO(유전자변형) 콩인지 아닌지 소비자들이 확인할 방법조차 없도록 정부가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소비자가 어느 나라의 콩인지조차도 확인할 수 없도록 했다.

한국 농산물유통공사(이하 AT)의 관계자는 "국제 콩가격이 다변화 하고 수입 선이 다변화됨에 따라 수시로 국적이 바뀌었다.

그래서 편의를 봐 준다는 것이 결국 이렇게 됐다. 업계에서 표기메뉴얼을 미국산이나 캐나다산으로 변경할 때 마다 2~3억이 든다고 계속 요구해,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차원의 의도도 있었으며, 이것이 기업 경쟁력을 강화 시킬 것 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소비자 주권이 기업들의 편의를 위해 사실상 날아가 버리는 결과를 만들게 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농유공에서 쿼테제로 수입하는 콩중에 GMO(유전자변형)콩은 전혀 없으며, 업체들이 우리가 배정한 물량이외에 별도로 수입을 해서 3개국 이상 가공재료를 사용했을 때 수입산 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는 법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고 말하며 법에 의한 표기이기 때문에 잘못은 없다“고 주장했다.

전경만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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