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도 경기도 일대에서는 이 음식이 곧잘 올라오는 데 
     아마도 탕평채는 경기도 중심으로 번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
      오산대학교 관광외식 사업과 채경연 교수
                  chae2011@osan.ac.kr






조선조 후기는 전 시대에 비해 다소 안정된 상태에서 세시풍속이 새롭게 정착됐다. 이와 관련된 식생활풍속이 그 형태를 갖추게 된 시대이다.

또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기본 식단에 계절음식을 마련해 계절의 미각을 즐기는 풍속도 있었다. 그것은 <동국세시기 東國歲時記, 열양세시기, 경도잡지 京都雜誌> 등의 세시기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전한다. 이렇게 많은 명일과 그에 따른 절식이 었었음은 생활의 여유와 식생활의 풍족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3월의 음식 중의 하나인 탕평채를 소개한다.

오늘날에도 경기도 일대에서는 이 음식이 곧잘 올라오는 데 아마도 탕평채는 경기도 중심으로 번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탕평채라는 음식명이 붙은 이유는 조선왕조 중엽 당파 당쟁이 심했을 때 여러 당파가 서로 잘 협력하자는 탕평책의 격론을 펴는 자리에 녹두묵 에 채소를 섞어 무친 음식이 나와서 붙여졌다고 한다. <조후종 저, 세시풍속과 우리 음 식>

2. 탕평채 만드는 방법 <기초한국음식, 홍진숙 외 저>

재료
청포묵, 쇠고기, 숙주, 미나리, 달걀, 김, 간장, 설탕, 식초
(청포묵 양념) 참기름, 소금 (쇠고기 양념) 간장, 설탕, 파, 마늘, 참기름, 깨소금

만드는 방법
1) 청포묵은 7x0.4x0.4cm로 고르게 썰어 끓는물에 데쳐 내어 식힌 다음 참기름, 소금으로 양념한다.

2) 쇠고기는 5x0.2x0.2cm로 채 썰어 갖은 양념하여 볶는다.

3)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제거하고 끓는 소금물에 데쳐낸다.

4) 미나리는 잎을 떼어 내고 줄기를 다듬어 4cm로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내어 찬물에 씻어 물기를 짠다.

5) 달걀은 황․백으로 갈라 지단을 부쳐 4x0.2x0.2cm로 채썬다.

6) 김은 살짝 구워 채썬다.

7) 준비한 재료는 간장, 설탕, 식초로 먼저 무치고 청포묵은 나중에 넣어 묵이 부서지지 않 도록 버무린 다음 접시에 담고 김과 지단을 고명으로 올린다.

Tip 청포묵은 끓는 물에 데쳐 투명해지면 건져 식혀야 쫄깃하다.
청포묵을 소금으로 양념하면 묵이 깨끗하다.


※ 청포묵
녹두묵을 청포묵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봄이나 초여름에 즐겨먹는다. 녹두를 맷돌에 갈아 물에 불려 껍질을 제거 한 후 다시 한 번 맷돌에 갈아 곱게 만든다. 그것을 천이나 체로 걸러 가라 앉힌 뒤 웃물을 따라내고 남은 앙금을 풀을 쑤듯이 끓여 엉기면 그릇에 담아 식힌다.

※ 녹두
<본초강목>에 녹두는 성질이 차고 맛은 달다. 열을 내리고 더위를 막으며 리수(利水)해독 작용이 있다. 녹두는 수종을 치료하는 것은 팥과 같으나 청열해독 작용이 강하고 기운을 만들며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경맥을 잘 통하게 하여 오래먹어도 몸에 해가 없다. <도호식료본초학, 양승 저>

※ 녹두묵
녹두묵을 쑤려면 우선 녹말가루의 5~6배의 물을 붓고 솥 밑이 눋지 않도록 약한 불에서 잘 저어 주어야 한다. 만약 녹두를 갈아서 바로 만든 녹두앙금일 경우에는 2배의 물을 붓고 묵을 쑨다. 묵을 쑬 때에는 녹두 간물을 넣어 쑤면 노르스름한 묵이 되는데 이를 ‘제물묵’이라고 라고, 흰 녹두묵을 ‘청포묵’ 이라고 하며, 노란묵은 ‘황포묵’이라고 하며 치자물을 넣어 노란 빛깔을 더욱 곱게 하기도 한다.

<동국세시기> 3월조’ 에서는 ‘녹두포를 만들어 잘게 썰고 돼지고기, 미나리, 김을 섞고 초장으로 무쳐서 서늘한 봄날 저녁에 먹을 수 있게 만든 음식을 ’탕평채‘라 한다’고 하며 봄철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임을 알려주고 있으며 <명물기략 名物紀略>에서는 ‘정조 때 사색인의 탕평을 바라는 마음에서 갖은 재료를 고루 섞은 묵나물에 탕평채란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약이 되는 한국음식, 김윤선 저 >

탕평채는 고결한 뜻도 지녔지만 보기도 좋고 매끈한 감촉과 맛도 뛰어나며 영양면에서도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물론 비타민과 무기질까지 고르게 섭취할 수 있는 훌륭한 음식이다.

한낱 묵 요리가 탕평채 같은 예사롭지 않은 이름을 갖게 된 연유는 사색당쟁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에서 비롯된다.

조선은 선조부터 정조까지 거의 250년간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대북과 소북, 노론과 소론, 청남과 탁남, 시파와 벽파 등 사색 당쟁의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왕비와 세자의 책봉, 대비의 상복 입는 기간, 왕위 계승 등 대소사를 모두 정치적 대결로 몰아가 국력이 크게 낭비되었다.

21대왕 영조 역시 당쟁의 피해자였다. 무수리 최씨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열등감에 시달리던 영조는 소론측이 장희빈의 아들 경종을 밀자 노론측의 도움을 많이 받아 즉위할 수 있었다.

그런데 1724년 경종이 게장과 생감을 먹고 집권 4년만에 승하하자 소론은 이를 영조와 노론측의 독살이라 주장하며 1728년 이인좌의 난, 1755년 나주 벽서사건 등으로 영조의 정통성에 내내 시비를 걸었다.

이에 영조는 즉위하자마자 바로 당쟁의 폐단을 지적하고 탕평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의지를 표명하게 되었다. 그래서 당파를 고루 등용하는 탕평책을 실시하는데  탕평책을 논하던 자리의 음식상에 쇠고기볶음 · 숙주 · 미나리 · 녹두묵 등을 섞어 만든 음식이  처음 올라왔는데 이를 탕평채(蕩平菜)라 이르고, 영조의 수라상에 자주 올리게 하는 등 탕평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다시 말해 탕평채 음식의 뜻은, 야채와 고기 등의 여러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하나의 조화로운 맛과 색을 내는것 처럼 정치의 평화로움을 도모하고자 하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탕평이란 말은 서경(書經)’홍범조(洪範條)의 ‘왕도탕탕 왕도평평(王道蕩蕩 王道平平)’에서 나온 말로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왕은 자기와 가깝다고 쓰고 멀다고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재등용원칙이다.)

탕평채를 영조 자신이 직접 고안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권장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리하여 한동안 탕평채가 새로운 음식으로 각광을 받았다고도 한다. 특히 오늘날에도 경기도 일대에서는 이 음식이 곧잘 올라오는 데 아마도 탕평채는 경기도 중심으로 번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 깊은 의미를 두고 만들어진 탕평채!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정말 많이 먹어야 할 음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