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뷰티축제에서 곽 시장이 모델로 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백현 기자

예산이나 시 행정의 낭비를 고려할 때 전면 폐지하고 보다 생산적인 곳에 고민을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독산성문화제가 끝나기가 무섭게 오산시는 벌써부터 하반기에 진행될 뷰티축제에 온통 관심이 가 있는 듯하다.

지난달 22일엔 무려 24명의 오산시 관계자가 ‘오송뷰티세계박람회’를 방문했다.

하반기에나 개최되는 뷰티축제를 위해 이렇게 많은 시 관련 인원들이 타도시 벤치마킹에 나선 것은 과도하다.

민선5기의 오산시는 온통 축제에만 관심이 가 있는 듯 하다. 일년내내 축제요, 풍악을 울릴 생각만 한다.

서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 몰리든, 운암이나 궐동 지역 곳곳의 상권이 무너지든 관심은 오직 축제에만 쏠려 있다.

서울대병원 유치, K-POP 스타양성 관련한 ‘SM스튜디오 및 국제 아카데미’, 가장동 산업단지 기업유치, 낙후된 구도심 정비, 세교지구 개발 및 분양 등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오산시는 대안이나 정보를 내놓지 않는다.

이제 오산시는 축제에 대한 관심을 서민들 먹고사는 문제와 지역현안 문제 해결 쪽으로 돌렸으면 한다.

뷰티축제 성공가능성 객관적으로 힘들어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전문 의학·화장품 연구단지 등이 몰려있는 동북아 최대 바이오산업 집적지인 오송은 국가지원을 받아 올해 뷰티축제 비용만 250억원을 쏟아부었다.

또한 경기도는 2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대한민국 뷰티박람회’를 오는 9월12일부터 15일까지 4일 동안 개최할 예정이다. 일산 킨텍스 3개의 홀(32,157m²)에서 진행되며 전시 규모가 500개 기업 800개 부스에 이르고 있다.

예산 3억원에 지난해 기준 화장품 브랜드 45개 기업과 화장품 원료·부자재 업체 19개 기업이 참여한 오산과는 수준이 다르다.

오산시의 한 관계자는 “오산의 산업형 뷰티축제는 성공하기 어렵다. 아모레퍼시픽조차 뷰티축제에 별 관심이 없고, 참여비용이나 여러 면에서 혜택을 주지 않고선 축제에 업체를 끌어들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면서 “뷰티축제를 점차 없애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에 시큰둥한 아모레퍼시픽 하나 믿고 인프라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산업형 축제의 성공을 꿈꾸는 것은 넌센스다.

오산시는 지난해 ‘제2회 Beauty Fresh-Fespo’에서 축제(Festival)와 박람회(Expo)의 합성어인 페스포(Fespo)라는 이름도 생소한 화려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뷰티엑스포관은 행사기간 내내 텅 비어 있었고, 공식행사에 시민의 참여가 저조하자 참가 업체의 직원들을 관람석에 앉아 있게 강요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올해 어떻게 뷰티축제가 진행될 지 아직 계획도 수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진행될 바에야 과감하게 폐지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유치가능성도 거의 없는 서울대병원을 정치적인 이유로 포기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과오가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

오산시는 성공가능성이 희박한 뷰티축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해마다 들어 갈 축제예산 3억여원을 다른 유용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 5년만 뷰티축제 안하면 15억여원이 모인다.

이 돈이면 복지 취약계층을 돕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꼭 있어야 할 곳에 주차장 건립 계획을 모색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 동호회에 대한 지원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을 꽃피울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시 행정과 지역 인재들의 에너지를 축제라는 블랙홀에서 탈출시켜 보다 생산적인 곳에 사용할 수 있다.

혹시나 ‘축제를 낭비로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매개고리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오산의 뷰티축제는 성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한 가능성이 현재로선 거의 없고, 예산과 지역사회의 에너지만 낭비할 가능성이 더 크다.

지역축제, 과감하고 냉정한 구조조정 필요

오산의 경우 축제나 문화, 체육행사가 지나치게 많다.

독산성문화제, 정월대보름축제, 봄누리 예술축제, 어린이날 행사, 오산시의장배 수영대회, 생활체육대회, 다문화 한마음축제, 청소년 종합예술제, 세교동 한마음축제, 찾아가는 문화콘서트, 독산성마라톤, 시민의 날 행사 등등.

오산문화재단이 생기면서 삶의 질을 높일 문화 예술 프로그램들도 넘쳐난다.

오산시는 사실 이것들을 모두 소화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공무원들은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년내내 행사에 동원되는 것이 현실이다. 축제와 행사가 지나치게 많다보니 차별성도 없어지고 비슷한 공연,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점차 식상해진다.

비슷한 프로그램의 고만고만한 축제 과잉은 예산 낭비와 시민들의 참여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반복만 낳을 뿐이다.

폐지와 통합, 육성할 것을 구분해서 과감하고 냉정하게 축제를 구조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나 축제로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상반기 ‘독산성문화제’와 하반기 ‘독산성마라톤’ 두 축제에 예산과 역량을 집중해 질을 높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산업형 축제로서 비전도 없고, 예산만 낭비하는 뷰티축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포기하고 그 예산을 보다 유용한 곳에 사용하면서 생산적인 곳에 힘을 모을 것인지, 지역 사회와 시 당국, 최고 책임자의 책임 있는 논의와 결단을 기대한다.

조백현 발행인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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