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시청 전경. ⓒ오산시

내년도 오산시 공보관 예산(안)을 보면 지난해 지적됐던 문제점에 대한 개선 의지가 전혀 없다. 혈세 낭비 항목이 수두룩하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관과 언론의 광고비를 둘러싼 움직임이 벌써부터 우려된다.

예산을 심의하고 낭비 예산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는 오산시 의회의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 하겠다.

오산시가 의회에 제출한 2014년 예산(안)을 보면 공보관 예산은 약 13억7천4백만원이다.

무엇보다 예산(안)에 서울 도심 전광판 광고와 오산소식지 등 불필요한 예산이 많다.

오산시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는 수억 원의 언론홍보비 외에 서울 도심 전광판 광고비 1억3천4백만원, 방송 스팟 홍보 1억1천만원, 관제 언론인 오산소식지 제작 및 배포 2억2천4백만원, OS TV 방송 제작 1억6천만원 등이 책정돼 있다.

시장에겐 정치홍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할지 몰라도 시민 입장에선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예산 항목들이다.

서울 도심 전광판 광고는 보는 사람도 없는 허공에 시 예산을 쏟아붓는 격이다. 지하철 역에 2천만원의 오산시 홍보예산이 잡혀있는데 왜 또다시 억대의 도심 전광판 광고가 필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수의 시의원은 “서울 도심 전광판 광고는 필요성도, 효과도 없다. 빌딩에 조그맣게 잠깐 광고되는 것이다. 그걸 누가 보겠느냐. 그런데도 힘 있는 지방 일간지가 요구하는 대로 시가 끌려가고, 시의원도 정치인이라 삭감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지역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수많은 지역 언론이 있는데 여론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관제 언론 매체를 수억 원을 들여 시가 운영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시 홍보 관제 언론 매체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시행하지 않는 자치단체도 많다. 경기도 안 좋고, 재정상황도 안 좋은데 시부터 예산 절약하는 개혁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오산시는 당장 위에서 언급한 약 6억원의 언론 관련 예산을 삭감해 서민 복지와 지역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수 있다. 올바른 행정에 대한 의지가 문제일 뿐이다.

공보관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현재 내년도 언론홍보비 집행 원칙을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다”면서 “ABC 협회 등록과 신문 발행부수, 홈페이지 접수자 수, 기사 게재 수 등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광고비를 집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언론 정책을 펴면 언론홍보비를 둘러싼 말썽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그러나 그전에 공보관은 먼저 혈세 낭비성 불합리한 내년도 언론홍보비 예산부터 바로잡기 바란다.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언론은 지방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역이 될 수도 있고,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건강한 언론인도 많지만 일부 언론인은 광고비와 관련하여 종종 물의를 일으킨다.

한 예로 올봄 곽 시장이 비상시국에 골프 물의를 일으켰을 때 주요 지방 일간지들은 기사를 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부 언론은 이와 관련 시의회에서 5분 발언을 하려는 시의원의 입을 막으려고까지 시도했다.

독재 시대에 보도 지침을 통한 권력의 통제를 당한 언론이 거꾸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정치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 사건이다.

오산시의 무원칙한 광고비 집행과 열악한 생존환경에 처한 언론인이 시의 광고비를 확보하려 하면서 발생한 기가 막힌 일이다.

개혁은 어려운 법이다. 그래도 언론 개혁은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해서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다.

먼저 자치단체장은 시민 혈세로 언론을 관리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볼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올바른 행정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생각을 해야지 시민 혈세로 언론 관리하며 정치 홍보에만 관심이 가 있으면 안 된다.

또한 공보관은 올바른 언론관과 원칙,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고 일관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언론홍보비 관련 말썽의 소지 자체를 없애야 한다.

시 관계자는 “현재 내년도 예산 확정을 앞두고 지역 주류 일간지 기자들을 중심으로 자신들과 관련한 내년도 예산을 따내기 위해 시의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시의원들은 일부 언론의 압박에 굴하지 말고 공보관의 잘못된 내년도 언론홍보비에 대해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주류 일간지들은 지역 관련 기사 몇개 내지도 않으면서 광고비, 잡지 판매, 시 행사 주관 등을 통해 각각 연간 1억원 정도의 시 예산을 받아간다.

시의원들이 보아야 할 대상은 로비를 펴는 언론들이 아니라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들이다.

시의회가 예산낭비를 바로잡고 집행부의 잘못된 행정을 감시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해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보여주길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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