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선에 성공한 곽 당선자의 향후 행보에 기대와 함께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곽상욱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곽상욱 후보는 44,261표(59.38%)를 얻어 25,708표(34.49%)의 새누리당 이권재, 4,559표(6.11%)의 무소속 최인혜 후보를 누르고 6기 민선 시장에 당선됐다. 7월이면 4년 동안의 임기를 새롭게 시작한다.

우리는 축하에 앞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곽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 집권 이후 공약 실현이 가져올 부작용에 더 우려를 갖는다.

선거에서 당선되었다고 모든 것이 면죄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곽 당선자는 다음과 같은 의혹과 우려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첫째, 곽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박동우 전 도의원의 대규모 불법 부정 관권선거 의혹 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박 전 도의원은 보도자료 배포와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오산새마을회를 비롯해 오산시자원봉사센터, 오산문화원, 오산예총, 오산의제21실천협의회, 오산시체육·생활체육회, 오산문화재단, 오산시설관리공단(C 본부장) 등 시 지원을 받는 기관 단체의 요직에 있는 인사들이 오래전부터 곽 시장의 경선 투표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당원 확보에 직접 나서는 등 관권 선거를 자행했다”라고 폭로한 바 있다.

또한 5월 3일 시장 경선에서의 중립 서약 각서에 오산의제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서명한 K 씨의 경우 하루 전날인 2일 이미 곽상욱 캠프 회계 책임자로 오산 선관위에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도의원은 또한 “현재는 퇴직해서 곽 시장의 선거를 돕고 있는 오산시청 시장 비서실 D 비서관이 최근 곽 시장의 경선 지지를 부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다수 유포했다”면서 “D 비서관과 E 협력관은 공무원 신분이었던 얼마 전까지 곽 시장 입지를 넓히기 위해 권리당원의 입당 원서 서명을 받고 다녔다”라고도 주장했다.

이 중 D 비서관은 “나는 공무원이긴 했지만 정무직이다. 작년에 식구와 주변 지인들에게 권리당원 해 줄 것을 부탁하긴 했다”라고 본지에 관련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곽 당선자는 6.4 지방선거 투표 며칠전 본지가 서면으로 박 전 도의원이 제기한 공무원과 시 산하 단체 간부들이 연루된 대규모 관권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측근’이라는 단어와 ‘연루’와 ‘대규모’라는 단어는 마치 부정적 의미의 상상력만을 배가 시킬 수 있는 단어라 생각해 부적절하다 생각된다. 또한 ‘관권 부정선거’라는 말도 사실에 대한 지나친 확대 왜곡시킨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위의 질문이 ‘설령’ 사실이라면, 오산시선거관리위원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는 수사당국에서 제일 먼저 진위 여부를 확인했을 것이다. 지나친 확대 해석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드리며 사실 여부를 떠나오산시를 책임졌던 행정가로서 오해가 발생케 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곽 당선자가 추상적이고 애매한 답변 대신 박 전 도의원이 증거 자료와 함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 공무원과 시 산하단체 간부들의 권리당원 모집과 곽 시장에게의 투표 독려 문자메시지 발송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 박동우 전 도의원이 확보한 자료는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하길 요구한다.

대규모 관권 부정선거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곽 당선자의 정통성은 임기 내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댓글로 관권선거했다고 일부에서 대통령 하야까지 주장하는 정당 아닌가.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정원 댓글보다 몇 배의 무게에 해당하는 관권 부정선거이다.

둘째, 곽 당선자는 독산성과 오산천 환경파괴 공약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곽 당선자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은 선거기간 집단으로 독산성 주변과 오산천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 공약을 내걸었다.

얼마 전에는 안민석 국회의원, 오산의제21, 오산문화원 등의 주최 하에 국내 최대의 관광명소를 만든다면서 공약을 구체화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언급된 주요 내용은 △ 360억여 원의 예산으로 독산성 복원 △ 독산성과 그 주변에 무예 24기 공연장과 교육관 및 마파크, 승마체험 교육, 유스호스텔 등으로 구성된 야외마상공연장 건립 등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대로 독산성 개발을 추진할 것인지 곽 당선자는 시민들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오산의 생태 문화적 보고이자 후손에게 영구적으로 온전히 전해 주어야 할 독산성과 주변의 생태 자산에 대해 정치인과 이해관계자 몇 명이 함부로 개발을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수백억 혈세와 이윤에 눈먼 자본 끌어들어 함부로 환경파괴하면서 관광단지 만들어 소비성 관광객 몇명 유치하려는 오산판 4대강 사업은 재고돼야 한다.

독산성 복원과  생태환경 보호로 미래 가치만 살리고 경제 활성화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대규모 숲과 생물들 제거하고 환경파괴를 바탕으로 한 관광단지 조성, 경제 활성화 방안은 가장 쉽고도 저급한 방안이다. 주체의 빈곤한 철학과 상상력, 무능력만을 노출시키는 부끄러운 일이다.

오산천 관련해선 곽 당선자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자들이 △ 야간경관 조명 설치 △ 야생화 관광단지 조성 △ 생태체험 가족캠핑장 조성 및 힐링캠프 운영 △ 오산천∼한강 자전거 하이킹 코스 개발 등의 내용으로 ‘오산천 ABC 프로젝트(Active, Beautiful, Clean)’ 개발 공약을 내놨다.

이에 대해 오산환경련은 이미 “독산성 세마대는 국가지정 문화재로 문화적 가치를 살려내고 보전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오산의 문화자원이다. 독산성 세마대 주변 환경을 둘러싼 개발 논란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개발을 통한 문화 관광 활성화보다는 자연생태를 보전하는 문화 복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연환경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문화개발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고자 하는 공약은 즉각 철회하기를 바란다”라고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무분별한 개발 공약을 비판한 바 있다.

오산천의 개발 공약에 대해서도 “오산천에 야생화 관광단지, 치맥 축제, 환경 캠핑장 등을 조성하여 생물 다양성을 상실한 인간 중심의 공원화에 반대한다”라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우리는 환경련 출신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곽 당선자와 안 의원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생명과 생물 다양성, 생태계를 중시하는 환경주의자인가 아니면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무분별한 개발주의자인가, 그도 아니면 선거때 표를 위해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카멜레온 정치인인가.

곽 당선자와 안 의원에게 자신의 정체를 분명히 밝힐 것과 환경 파괴 공약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곽 당선자는 수백 명 불쌍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참사에 직면하여 선거 과정에서 생명과 사람 중심의 안전도시, 안전 시장을 선언했다. 선거 시기 달콤한 말로 표를 얻은 곽 당선자가 집권 이후 다른 행동을 보이는지 시민과 함께 매섭게 지켜볼 것이다.

곽 당선자는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2014 초록연대’와 ‘2014 생명 안전 정책 협약서’를 맺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재난 예방 및 재난 관리 정책 구현, 초록연대가 제안하는 생명과 안전을 위한 7개 분야 28개 정책 공약 최대한 반영을 약속했다.

이미 이러한 정책 협약은 독산성과 오산천 환경 파괴 공약과 구체화 움직임으로 빛이 바랬다.

우리는 특히 지난 민선 5기 곽 시장이 한 행동에 대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곽 당선자는 지난 민선 5기 시장 시절 이전 지방선거에서 필봉산 터널 반대를 약속했다가 당선 후 180도 입장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오산천 자전거 도로, 마등산 부근 개발 추진, 독산성 부근 K-POP 아파트 단지 추진 등 대규모 환경파괴에 앞장서 왔다.

또한 을지훈련 때 공무원들이 시청 상황실 자리를 비워 청와대까지 보고가 올라갔고, 역대 최강이라고 예고됐던 볼라벤 태풍 때는 시민의 안전을 팽개친 채 베트남 출장을 떠났고, 전쟁 발발 비상시국 우려 땐 평일에 휴가를 내고 공무원을 대동한 채 지역 업자와 골프 놀음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생명 안전 정책 협약서를 체결하고 이와 배치되는 환경파괴 공약을 남발하는 이중성을 보면서 어떻게 곽 당선자의 진정성을 믿을수 있겠는가. 생명과 환경 보호를 약속하고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민선 5기 때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곽 당선자가 인사를 원칙대로 정도에 맞게 진행하길 바란다.

현재 시 산하단체 간부들의 상당수는 선거 개입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공무원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 이들이 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더라도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내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재임명 여부가 이후 곽 시장 인사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곽 당선자 선거 캠프에서 캠프 본부장으로 활동한 B 전 국장의 거취에 대해 주목한다.

B 전 국장은 퇴직하자마자 자신이 모시고 있던 시장의 캠프에 몸담아 선거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시민을 우롱했다.

재임 시절 시민을 위한 행정을 한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하수인 역할을 한 것 아닌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처신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지역 정가에선 B 전 국장의 차기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취임 설까지 나돌고 있다.

만약 지역 사회의 예상대로 B 전 국장이 관 주변의 주요 직책을 맡는다면 대표적인 관피아 인사로 지탄 받아 마땅하다.

선거 시기 최인혜 후보는 민선 5기 시 산하단체 인사에 대해 전문성 없는 자기들만의 요직 독점이라며 ‘정치 마피아’로 규정한 바 있다. 오산시의 발전을 가로막는 ‘악의 축’이라고까지 했다.

곽 당선자가 추후 인사에서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자 쓴소리이다.

이외에도 우리는 민선 6기에서 곽 당선자의 고질병인 원칙도 없는 언론홍보비 지출과 권언유착 의혹의 해소 여부에 대해 지켜볼 것이다.

권언유착은 현재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방해물이다.

곽 당선자가 원칙대로 정치와 행정을 펼쳐 시민의 존경을 받을지, 앞에선 사람 좋은 척 웃고 뒤에선 딴짓하는 앞뒤 다른 모습을 보이며 심판받을지, 선택은 당선자 자신의 ‘몫’이다.
 

조백현 발행인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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