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권 부정선거 의혹으로 수사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곽상욱 시장. ⓒ오산시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선거기간 내내 의혹으로 떠돌던 공무원과 시 산하단체 간부들이 연루된 대규모 관권 부정선거의 실체 일부가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최근 곽 시장의 핵심 측근이자 전 보좌관인 S 씨와 오산시체육생활체육회 엘리트 과장인 P 씨를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곽 시장의 저서 ‘시민이 힘이다’ 천여 권(권당 2만 원, 2천만 원 상당)을 시 산하단체를 통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혐의이다.

선거 앞두고 1년에 두번 씩이나 수상한 출판기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은 곽 시장과 그 측근들이 끝내 대형 사고를 터트린 것이다.

심지어 오산시체육생활체육회의 전 부국장은 상대 후보에게 곽 시장의 불법 선거운동 사례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5천만 원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짓을 벌이다 구속됐다.

구속된 곽 시장 주변 인물은 벌써 3명이다. 이들 외에도 곽 시장의 측근인 계약직 공무원이 W고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 친목 모임의 점심 식사 식대를 지불하면서 선관위와 검찰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곽 시장은 이 자리에 와서 명함을 돌리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동우 전 도의원이 제기한 공무원과 시 산하단체 간부들이 연루된 권리당원 모집과 선거운동 문자 발송 등의 의혹에 대한 조사도 남아 있다. 권미영 시의원 후보 사퇴 압박 대상자에 대한 조사도 예상된다.

오산 시장 비서실과 오산시체육생활체육회, 오산문화원 사무실은 선거 끝난지 한 달도 안돼 압수수색됐다.

지역 정가엔 현역 공무원인 M 협력관, B 전 국장 등 전, 현직 공무원 및 다수의 시 산하단체 간부들이 검경의 수사대상에 포함됐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또한 곽 시장 측이 백발회(흰머리를 상징해서 지었다고 함)라는 사조직을 결성하여 6.4 지방선거 1년여 전부터 부산동에 위치한 ‘000가든’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에서 매주 1회 공무원과 시 산하단체 간부들이 모여 사전 선거 기획을 하고 이를 실행했다는 구체적인 정보도 나온다.

구 민주당 여성 간부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문제의 음식점은 실제로 얼마전 수사당국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한다.

곽 시장 측의 불법 부정 관권 선거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 상황은 벌써부터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오산 지방자치 20여 년 동안 집권하는 시장마다 부정부패와 비리로 늘 언론에 오르내리니 참담할 뿐이다.

특히 곽 시장의 경우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1만3천여 장에 이르는 출판물 초대장을 특수 관계에 있는 신문의 前 발행인과 함께 배포하다 80만 원 벌금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협한 대표적인 권언유착 사례였다.

그런데 곽 시장 측은 이번엔 공무원과 시 산하단체 간부들이 대규모로 연루된 관권 불법 부정 선거 의혹을 받고 있다.

선거 때마다 불법 부정선거를 획책한 셈이다. 오히려 이전의 범법 행위에 대한 사법 당국의 처벌에도 더욱 대담하게 불법 선거의 규모를 확대하고 악질적으로 부정선거를 벌였다.

비상시국 골프 놀음과 을지훈련 때 공무원의 상황실 근무 부재, 볼라벤 태풍 때 출장 논란, 공무원의 억대 횡령 잠적, 시 산하단체 간부들의 경륜도박, 자원봉사센터에 친구 낙하산 인사로 수억원의 혈세 낭비 등의 물의로는 성이 안 찬 듯 싶다.

6.4 지방선거에선 청렴도시, 시민의 시장으로 포장하며 상대당 후보의 전과 사실을 공격하였으니 이들의 파렴치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시민들은 청렴도시, 열린 사회의 적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확인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늑대가 양의 탈을 쓰고 자신들이 마치 청렴도시의 주역인 양 청렴을 정치적으로 팔아먹었다.

현재로선 수사당국의 관권 부정선거 수사가 어디까지 성과를 낼지 알 수 없다.

공무원과 시 산하단체 간부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관권 부정 선거가 진행된 건 확실하나 몸통이 연루된 증거나 이를 증언해 줄 증인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살아있는 권력이고, 사슬로 연결된 권력 카르텔의 눈치를 보지 않을 용감한 시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곽 시장의 관권 부정선거 연루설의 실체가 드러날지, 측근들의 구속으로 끝나고 말지 상황은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지방자치가 왜곡되면서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하는데 원인이 있다.

시장은 공무원을 자치단체장의 하인으로, 공공 기관을 사기업처럼 생각하고 운영한다. 공무원 역시 영혼 없이 시장의 눈치를 보며 하수인 역할을 하거나 일부 공무원들은 자발적으로 정치인과 유착한다. 영혼이 없거나 승진이나 임금 등 작은 떡고물에 자신의 영혼을 파는 건 일부 공무원들의 오래된 습성이다.

자치단체장은 선거때 도움을 요구하며 자리를 보장해 주고, 단지 선거 공신이라는 이유로 전문성도 없는 인사를 시 산하단체에 낙하산 인사시키면서 불행의 싹을 키운다.

그럼에도 이들과 인적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시민단체들은 침묵하고 시에서 주는 광고로 먹고 사는 언론들은 견제는 커녕 공범 수준으로 타락해 있다.

작금의 사태에 책임지고 모두 물러나야 할 오산판 관피아들은 최근까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누가 간다느니, 공무원 승진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한다느니 등 선거 승리로 인한 논공행상으로 내부가 시끄러웠다고 한다.

범죄 혐의 집단에게 오산시 행정을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비참할 뿐이다.

지금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시민들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위기는 또한 기회이다. 민선 4기 이기하 전 시장이 업자로부터 수십억 원의 돈을 받고 구속되면서 지역사회에 경각심을 줬듯이, 이번엔 관권 부정선거 의혹을 뿌리뽑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기업으로부터의 뇌물 수수와 관권 부정선거 두가지 비리를 척결하면 오산은 질적으로 한 단계 성숙해 질 수 있다. 이참에 청렴을 파는 사기꾼 부패 비리 정치인들을 척결하고 제대로 된 청렴도시를 만들어 보자.

오산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정의로움과 민주주의 역시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실 규명이 흐지부지돼 부정한 세력이 위기를 넘기고 아무 일도 아닌 일이 된다면 지역사회에 더 큰 냉소와 절망만 남게 된다.

수사 당국에만 부정부패 척결의 임무를 맡길 수 있겠는가? 같은 정당 인사들이 다수당으로 구성된 오산시의회가 이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건강한 의식과 용기 있는 행동을 보이는 시민들만이 권력을 견제하고 지역사회를 정화할 수 있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정치와 행정에 참여해 부정한 권력 카르텔들을 제거하고 제대로 된 청렴도시, 정의롭고 민주적인 지역 공동체, 풀뿌리 지방자치를 올곧게 세워나가자.

대규모 관권 부정선거에 의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지금 ‘참지 않겠습니다’, ‘행동 하겠습니다’는 현 시기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지침이다.

조백현 발행인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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