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능과 안일한 대응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를 확산시키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중동을 다녀온 첫 환자가 발견된 이후 1일 현재 메르스 환자는 총 18명으로 늘었다. 하루에 2명꼴로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중동국가를 제외하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당국은 3차 감염은 가능성이 낮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정부 대처를 보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정부의 무책임이라면 국민의 대량 감염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환자 가운데 몇 명은 기계에 호흡을 의존할 정도로 중증이라니 조만간 첫 사망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메르스 사태가 이처럼 일파만파 커지는 건 정부의 거듭된 오판과 구멍 뚫린 안전시스템 때문이다. 치사율이 40%에 달하고 치료약도 없는 전염병인데도 첫 환자가 증상을 호소한 이후 네 군데의 병원을 거치며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열흘 가까이 환자를 방치했다. 이 환자는 병원을 휘젓고 사람을 만나면서 의사, 간호사, 같은 병실을 쓴 다른 환자, 간병인 등 열 명 이상을 감염시켰다.

보건 당국이 첫 환자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초기에 메르스 사태는 진정될 수 있었을 것이다. 2차 감염자 중 절반 이상이 정부의 격리 대상에서 빠졌고, 이젠 일상 생활에서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의 3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메르스 증상을 느껴 스스로 격리를 요청한 한 여인은 ‘매뉴얼’과 맞지 않는다고 돌려보내지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보건 당국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40대 남성은 메르스 환자인 아버지와 접촉했는데도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발열 등으로 응급실을 두 차례 찾았어도 당국에 보고되지 않았다. 이 남성은 홍콩을 거쳐 중국에 입국하면서 그곳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메르스 전파국이라는 오명과 함께 이들 국가에서의 반한 감정을 자초한 꼴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와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뒤늦게 정부의 부실 대응을 인정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탄저균 대책 관련 긴급 당정협의에 참석해 “앞으로 1주일이 메르스 확산이냐 진정이냐의 기로로 판단한다”면서 “3차 감염을 막기 위해 민관과 협조해 전국가적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차 감염자가 빠르게 늘어난 데 대해 “국민께 심려와 불안을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도 덧붙였다.

엉망으로 초동대처하면서 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불안에 떨게 하면서 말만으로 사과한다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뒤늦게 허둥대며 민관합동 대책반을 가동하며 총력 방어 태세를 구축하겠다는 것도 볼썽사납다. 사태가 수습 되는 대로 문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마땅하다.

정부와 여당은 루머나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사람은 엄정 조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엄정 조치의 대상은 생명의 위협을 당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이 아니라 초동 대처나 후속 대처를 제대로 못 한 보건 당국과 정부이다.

정보통신이 발달한 현시대에 개인이 자신과 가족, 지인을 보호하려고 정보를 공유하는 건 불가피한 현상이다. 일부 잘못된 루머나 유언비어의 유포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대처를 잘못한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지난해 봄 수백 명의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에도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제대로 된 안전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그때의 희생과 교훈에도 불구하고 이번 메르스 사태에 임하는 정부의 모습은 안일하고 무책임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대오각성, 책임 있는 조치로 3차 감염으로 대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의미가 없다. 세월호에 이어 또다시 국민은 정부에 절망하고 싶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건 메르스뿐만 아니라 정부의 구멍 뚫린 안전시스템과 불신을 키우는 안일함과 무능력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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