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미국까지 확산되는 동안 일부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국에 입국했을 때 한국 정부는 입국한 아프리카인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언론은 정부에게 발 빠른 대책을 주문했었다. 입국한 아프리카인들은 ‘나는 에볼라 감염자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시선은 따가웠었다.

감염자가 아님에도 단지 그 지역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따가운 시선을 보냈었던 한국인들이 이제 거꾸로 외국에 나가 메르스를 전파시키는 것도 모자라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격리조차 하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그동안 선진국이라 자처하던 한국의 격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것이다.

한국 보건의 방역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이번 사고는 국가적 망신이기도 하거니와 한국의 무책임한 행동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믿지 못하는 한국, 국민도 믿지 않고 외국도 믿지 못하는 한국이 되어버린 다면 그 여파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결과는 너무 뻔하다. 믿지 못하는 나라의 물건을 사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건을 파는 일은 두 번째라고 해도 무엇을 숨기고 “왜 우리나라에 입국했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하는 일반 국민은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정부는 지난 2일 총리대행 주재로 열고 부랴부랴 대책반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발생한지 9일 만에 만들어진 고위급 정부 관료 주재의 대책반이다. 무능하고 한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적극적인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

전경만 편집국장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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