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방역시스템은 지난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보여주었던 정부 각료들의 일사분란 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만들어진 메르스 전단 TF 팀까지 합친다면 적어도 4개 이상의 관련 팀이 만들어져 메르스 방역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이 시의 적절했다고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정부의 각료들이 처음부터 메르스에 대해 과소평가를 했는지 몰라도 발병정보를 비공개하는 동안 메르스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종횡무진 했다. 사실상 정부가 정보 통제를 빌미로 메르스 확산을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르스는 대한민국의 국가역량으로 보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질병이었고 우리는 그만한 수준에 올라있다고 자부했었다. 실제 지난 2003년 우리는 사스방역을 통해 우리의 역량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스가 창궐했지만 대한민국은 어느 국가보다 사스 확산을 잘 막았다. 그리고 시간이 12년이나 흘렀다.
그동안 우리 안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정확히 진단하는 사람은 없지만 2015년 현재가 2003년 보다 나은 조건일 것이다. 그런데 메르스를 막지 못했다. 방역망은 구멍이 뚫리고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마지못해 일 처리를 하겠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대통령마저 제3자 인양 사건을 분석하고 지적만 한다.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마치 데쟈뷰처럼 비슷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관료들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유언비어만을 단속하겠다고 할 뿐이지 유언비어가 나오는 상황에 대한 통렬한 반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선거는 ‘나’ 대신 일선에 나서서 일을 해주겠다는 책임자를 뽑는 일종의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마저 무너뜨리며 사고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지지 않겠다는 자세만 양산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 국민인지 행정부인지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할 시간이 됐다.
현재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시스템이 무능력하고 부족하다는 결과는 나왔다. 시스템이 과거보다 못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선출직 공무원이나 고위직 관료도 부재한 상태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대한민국을 생각한다면 지금 유행하는 무책임과 무능력의 단계를 뛰어 넘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설사 그 노력이 정부를 흔드는 일이거나 고위직 관료들의 대거 사퇴를 불러일으키는 일일지라도 지금 해야만 한다. 메르스는 또 다른 이름으로 언제나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적이다. 그런 적을 방치했던 이들에 대한 철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속담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 만연해 있는 무책임, 무능력 바이러스를 퇴치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더욱 고달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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