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자신의 힘을 정의로운 곳에 쓰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스파이더맨, 도시 전체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부자이지만 범죄를 미워하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던 베트맨, 미국 국방부의 무기개발과 공급을 통해 세계적 부호가 된 아이언맨 등 미국에는 영웅이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대중적인 영웅들이 없다.

미국의 영웅들은 만화에서 시작한 영웅들이다. 그리고 스크린을 통해 대중화되는 과정 속에서 미국인들이 생각하고 있던 정의에 대한 신념과 믿음들이 스며들어 미국식 정의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것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신념들이 대체로 인류에 대한 사랑과 보편타당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사회의식이 반대를 용납하는 구조이기에 가능하다.

스파이더맨은 나쁜 방법으로 성공한 자본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베트맨은 자본을 모으는 과정 속에서 알게 모르게 희생됐던 시민들을 도우고자 했다. 그리고 아이언맨은 자본이 왜 정의로운 일에 나서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스크린에 이어 최근의 자본학은 자본의 분배가 심각해질 경우 자본권력에 의해 민주주의나 정치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절대 권력자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분위기를 인정하고 넘어간다. 또 스크린은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제작되기도 한다.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영화의 기풍이 바뀌고 주제가 바뀌는 경향까지 보이는 예속구조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권을 비난한 예능이 사라지고, 절대권력보다 위에 서있는 자본독재권력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영웅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영웅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싹부터 잘라버려 정치권 스스로가 영웅이 되고자 하는 저질 정치사회와 천민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영웅은 자본만이 유일하다.

한국사회에서의 영웅은 어느덧 부자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됐다.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착취를 하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또 법에 걸리지 않고 부자만 되면 모두가 영웅이 된다. 그리고 정치는 이것을 인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회의식은 앞으로도 영웅을 만들어내기는 힘들다. 한국사회에서 영웅이 나오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려면 나라가 몇 번은 망해야 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자본의 규모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국가에서 저질자본에 대항에 싸우는 영웅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정치권력과 시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을 비난했던 사소한 예능마저도 이 땅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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