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 ‘삼포세대’가 있다. 경제적 여건상 연애, 결혼, 출산 이 3종 세트를 포기한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젊은 날의 숙제들을 이제 우리의 젊은이들은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듯하다. 한편으로 공감되고 또 걱정도 된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외치고 있다. 핵심은 고령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해고 요건 완화이다. 노·사간에서 균형과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기업주 편에 섰다. 달콤한 사탕 하나를 손에 쥐고 있는데 뭔가 했더니 다름 아닌 청년고용 창출이다. 그러나 한 번쯤 주변을 살펴보면 금방 안다. 청년 일자리가 과연 임금피크에 도달할 때까지 근무할 여건이 되는가? 정년은 연장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하자는데 만약 임금피크 때문에 조기 퇴직한 고령자가 재취업했을 때 그 일자리는 먹고살 만할까?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임금피크제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또한 청년 고용도 증대하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동안 피땀 흘려 일했던 중년 혹은 노년에 다다른 사람은 어찌할 것인가? 어차피 기업은 사람들이 모여 유지된다. 아버지 세대의 정규직 봉급을 깎아 청년 고용에 쓴다는 발상은 어느 기업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숙련공을 내보내고 수습공으로 무슨 이윤이 남겠는가? 엉터리 숫자놀음으로 채용규모를 부풀리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 하지는 말자. 기존 정규직 인건비를 줄여야 청년 고용이 가능할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재벌기업이 쌓아둔 사내 유보금이 70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5%만 풀어도 꽉 막힌 청년 고용절벽의 숨통은 트일 수 있다. 임금피크제 따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요즘 정부는 대기업 편에 서서 삼포는 물론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 여기에 꿈과 희망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칠포세대’ 청년들의 가슴에 못질하고 있다. 정부는 재벌들의 가슴을 풀어헤쳐 볼 정책을 펴야 한다. 청년과 노인들을 볼모로 잡지 않고 말이다. 지금은 초고령화 시대이다. 노인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알맞은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다. 앞날이 암담한데, 세대 간 갈등과 반목을 키우면서 정말 무책임하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 일부 대기업의 중장년층 월급을 줄여 청년층을 고용한다고 경제가 되살아나겠는가? 더 큰 문제는 대기업에 납품하며 압력에 목이 졸리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의 임금 상승과 고용안정에 있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오히려 병을 더 악화시키거나 죽게 하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으로 자신들의 등이 따스하니 등골 빠진 서민들의 심정을 알 길 없겠으나 한 번쯤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와 여야 할 것 없이 결자해지의 의미를 곱씹어 볼 때가 지금이다.

뉴스타워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