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천하’라 칭하며 동북아시아를 제패했던 엄격한 법률의 제국 명나라의 멸망의 과정은 오늘날에 와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의 무능과 환관의 폭압정치는 백성들을 아프게 했다. 환관의 농간에 의해 국경을 지키던 장수의 목이 떨어지고 국경을 지키던 역졸들은 급여가 지급되지 않자 농민들과 합세해 반란을 일으켰다. 그때가 1644년 경이다. 서안에서 시작된 농민군은 황제가 살고 있는 북경을 향해 진군했으나 이를 막을 자가 없었다. 마침 청나라의 군대도 만리장성의 입구인 옥문관에 도착해 있었다. 숭정제는 청나라의 군대가 옥문관을 넘어오기도 전에 농민군에게 자금성을 빼앗기고 자살을 하고 만다. 명나라와 황제를 지켜야 할 군대는 옥문관의 문을 열고 청나라 군대에게 항복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북경에 입성한 청나라 군대는 명의 군대와 함께 농민군에게 칼을 빼들었다. 명나라의 최후는 이민족에 의해서가 아니고 자국 농민에 의해 그렇게 비참하게 끝이 났다. 모든 나라의 멸망에는 나름의 다른 이유가 있지만 특히 명나라의 멸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능한 통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봐야하는 것에 있다. 과도한 세금, 국민의 생각과 따로 가는 정치, 부의 편중, 외교의 부재, 부패를 눈감아 주는 정치세력의 약진 등이 명나라 멸망의 중요 열쇠라는 점이다. 명나라 멸망시기와 작금의 우리 현실은 상당히 닮았다. 부패를 보고서도 외면하는 현실을 잘사는 방법이라고 가르치는 부모와 선생과 선배가 우리 주변에는 널려있다.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고위급 관료의 부패들이 들어나고 있지만 언제나 처벌은 가볍고, 재벌들의 부패에 대한 처벌은 국민의 생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가벼운 깃털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판 노예라는 비정규직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의 노동착취를 통한 재벌의 수익 증대는 갈수록 고수익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차상위 계층을 지원해야 하는 정부의 재정지출 또한 커져만 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수장은 명나라 마지막 숭정제처럼 기업이 어려우니 백성이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고 말한다. 명나라처럼 처참하게 나라가 붕괴되지 않은 것이 용한 일이다. 배가 뒤집혀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행정부의 수반은 7시간 동안 그 행적을 알 수 없었으며, 국가적인 전염병이 발생 했음에도 지방정부의 수장이 나서서 일을 수습하기 전까지 나 몰라라 했던 정부는 다른 나라의 정부가 아니다. 불과 70여 년 전에 한반도를 지배했던 일본이 연일 과거로의 복귀를 외치며 군사대국화를 향해 가속페달을 밝고 있음에도 어찌할 줄 몰라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다른 나라의 정부는 아니다. 나라가 망한 뒤 잘못을 곱씹어 본들 이미 때는 늦었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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