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숙곡리에 만들어질 가칭 함백산 메모리얼파크는 죽은 사람들을 위한 안식처이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기도 하다. 좁은 국토를 묘지강산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사람들의 지혜가 모아져 만들어지는 시설이 화장시설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속성상 죽음이란 불쾌한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 또한 죽음이다. 빈자와 부자를 떠나 죽음은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할 여정 중의 하나다. 생의 마지막 여정이라 할 수 있는 죽음에 도달하면 그때까지의 모든 인연들이 숙연히 고개를 숙이고 애도를 표한다. 죽음에 이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거나 애도를 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화장이다. 그런데 화장을 하려면 시설이 필요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기 위한 애도의 공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오랜 논의 끝에 화성시 숙곡리에 화장시설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수원시민들이 화장장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으며 자치단체까지 반대의 입장을 밝힌 것은 유감이다. 화장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환경문제를 주 이유로 들고 있다. 자신들 주변에 이미 ‘연화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연화장이 아무런 공해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화성 숙곡리 화장장만은 꼭 환경문제를 일으킬 것처럼 말이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지역이기주의라고 한다.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해 대립이 심해지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화성종합장사시설이 들어서지 못할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수원 연화장으로 향한 끝없는 죽음의 행렬과 수원, 안산, 화성, 평택 일대의 야산에 들어설 수많은 묘지들은 말 그대로 우리강산을 묘지강산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오산의 독산은 백제의 고성이 들어서있는 한국의 찬란한 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그러나 산성을 둘러쌓고 있는 묘지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수원시민들이 원하는 광경은 결코 그런 광경이 아닐 것이다. 합리적 사고의 소유자라면 화성시에 만들어질 화장장이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임을 알 수 있다. 반대가 아니고 화장장을 수용한 화성시민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함이 옳은 일이다. 죽음이라는 불쾌한 속성의 처리하는 시설을 누구나 가까이 두고 싶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하겠다는 용기는 사람이 사람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수원사람들이 수원 십리 근처에 높고 낮은 무덤을 선호한다거나 다섯 지자체에서 발생한 죽음의 행렬을 다 수원 연화장으로 끌어들일 생각이 아니라면 화성 화장장 반대는 철회되어야 한다.

전경만 편집국장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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