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과목을 논할 때 반드시 들어가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E.H Carr(Edward Hallett Carr)'다. 'E.H Carr'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불변의 객관적 사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역사를 해석하는 사람이 속한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다고 했다. 즉 역사란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된다는 것이었다. 이 책이 한때 불온서적이 되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그의 책 내용 중에 역사를 해석함에 있어 현실을 이해하고 과거와 연결된 지금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중단되면 역사가 매몰된다는 사상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3공화국에서 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올바른 역사를 세우려는 의지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객관적 불변의 과거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수십 수만 가지의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역사이기 때문에 결코 역사는 하나의 해석만 존재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수많은 나라에서 역사 교과를 한 가지로만 고집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은 역사에 대한 철학적 견해를 도외시하는 작업이다. 한국의 과거사를 조명함에 있어 현실의 치밀함이 강조될수록 과거사에 대한 조명도 치밀해질 수 있다. 또한 과거보다 더 치밀해진 역사는 우리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를 보다 잘 조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역사가 치밀해지고 더 잘 알려질수록 불안한 사람이나 집단이 있다면 그들은 역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오역을 더해 다른 역사를 알지 못하도록 하려할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역사 교과를 국정화 하자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 이면에 숨어있는 쿠데타미화, 친일부역자 덮어주기, 개발독재프로그램에 의한 재벌의 탄생 그리고 동족을 학살해 정권을 잡았던 역사를 고쳐서 오늘날을 미화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는 것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불변적 객관의 진리를 현실의 치밀함을 담아 해석하고 또 재해석해 오늘날의 나와 과거를 연결하는 역사를 또 다른 사람은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지금보다 더 확고한 신념으로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것이 불편하거나 혹은 불쾌하더라도 결국 역사는 불변의 객관적 진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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