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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혜 오사시의회 의원/국제관계학 박사 | ||||
국내외 관계에 있어 의전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나는 20여년 동안 여러 도시의 공식통역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다가 고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까지 했으니 의전의 최고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의 경우 국빈의 일정은 초단위로 계산되는 것을 보았고, S그룹은 국빈이 선호하는 색에 따라 카펫을 바꾸는 경우도 보았다. 그만큼 의전은 중요한 것이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후일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바로 의전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부시장이 갔는데 그쪽은 누가 나왔다는 둥, 축사의 순서가 바뀌어서 언잖았으니 다음에는 그들을 초청하지 말자는 둥, 통역이 시원치 않아 혼났다는 둥, 거의 모두가 의전에 관한 일이다.
굳이 국제관계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시장이나 의장이 어느 행사에 갔을 때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다면 그것은 90% 이상이 의전 때문일 것이다. 타인들은 그까짓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하겠지만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당사자가 기분이 나쁘다면 일이 잘 될 리 만무하지 않은가. 행정안전부에서도 국제의전을 정기적으로 강의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겠는가.
의전의 기본은 첫째가 안전, 둘째가 편안함이다. 의전의 본질을 알고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그 분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드리면 되는 것이다. 본질을 모르고 이럴 땐 이렇게 하라 저럴 땐 저렇게 하라고 외워서 의전을 하면 상황이 바뀔 때마다 우왕좌왕하게 된다. 손님들이 오산에서 무척 기쁘고 편안하게 많이 경험하고 갔다면 두 도시의 관계는 순탄할 것이다. 손님들은 돌아가서 오산의 홍보대사가 될 것이다.
만약 외국손님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데 스프를 후루룩거리며 먹거나 쩝쩝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는다면 절대로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이는 손님을 불쾌하게 하는 일이므로 다음 비즈니스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의전에서 꼭 테이블 매너를 배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테이블 매너에는 와인도 빠지지 않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모르는 와인매너는 와인잔을 부딪힐 때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잔을 보는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오고 가는 것이 건배의 본질 아니겠는가.
흠없는 의전에 있어서는 공직자들의 세심함과 책임감이 절대로 필요하다. 만약 우리 집안의 초청으로 아버지 친구가 오셨을 때는 몇 년에 한번 오시는 아버지 친구를 더 배려해야 할까, 아버지를 더 배려해야 할까? 아마도 손님을 더 배려하거나 최소한 동등하게 모셔야 할 것이다. 낯선 곳에서 모든 것이 낯선 손님들을 밀착수행하며 불편을 줄여드려야 함은 기본이다.
다음은 통역의 중요성이다. 흔히들 통역료를 아끼기 위해 통역을 대충 선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수한 통역은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이중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배경지식이 많은 사람이다. 말만 전달하는 것을 넘어 분위기를 주도하고 좌중을 편안하게 만드는 통역은 최고의 통역이다. 통역의 질이 떨어지면 식의 격이 떨어지므로 우수한 통역을 섭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우리 시에는 다문화센터에 유능한 통역이 많이 양산되고 있으니 대외활동에 적극 활용하여 역량을 강화하고 정체성에 확실함을 더해 줄 일이다. 오산의 정서를 잘 아는 그들이 매년 실력을 더하니 얼마나 효과적인 일인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엄마나라의 말을 익히게 하는 것도 우리 시의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위와 같은 의전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공직자들이 좀 더 세심하고 책임감있는 자세를 잊지 않는다면 오산시는 선진행정의 롤모델이 될 것이다.
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국제관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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