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재 오산지역발전포럼 의장

설이란다. 모두들 마음과 몸은 바쁘지만 차례를 준비하는 이들의 바구니는 비어 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네들의 삶이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반증이다. 안타깝다. 그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마음으로나마 과일이며, 조기며, 고기며... 풍족하고 행복한 설 명절이 되시기를 빈 바구니마다 정성을 가득 담아드려 본다.

세상이 바뀌니 풍속마저 바뀌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해외로 해외로, 유원지로 유원지로 떠나가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매체를 통해 보며, 조상들이 아끼던 풍습을 되살리고 거룩한 선조들의 예지(叡智)를 슬기롭게 이어가면서, 면면히 흐르는 우리 민족의 맥을 지켜가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또 다른 의무이며 우리 후손들을 위한 길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많은 분들이 다 알고 계시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의 민속 명절인 설에 관련된 풍속을 다시 한번 꺼내보면서 서로 훈훈한 설을 마음으로나마 나눠 보았으면 한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우리의 이웃을 한번 돌아보고, 혹 외롭다거나 힘든 분이 계시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은 원단(元旦), 원일(元日), 정초라고 불리운다. 우리가 흔히 쓰는 구정이라는 말은 신정과 대조되는 말로 양력 1월 1일을 신정으로, 음력 정월 초하루를 구정이라 쓴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살하려는 의도가 담긴 정치적 사유가 있었던 용어로 보인다.

설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확실한 근거는 나타나지 않는다. 단지 여러 이견들이 있는데 신라시대에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던 말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 근거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원효(元曉)의 이름에 대한 유래인데, 元曉亦是方言也 當時人皆以鄕言稱之始旦也(원효 역시 방언이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향언(鄕言)으로 이것을 새벽의 시작이라 하였다)라 하였다. 곧 원효라는 말의 의미는 시단(始旦)이고 그것은 원단(元旦)을 뜻하는 말이다. 신라인들은 그것을 원일(元日)을 뜻하는 ‘설’로 발음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원효스님의 세속 성(姓)은 설(薛) 씨이다. 그의 아들이 바로 설총(薛聰)인 것으로 보아서 말이다.

어쨋거나 이는 정월 초하루를 지칭하는 ‘설’이라는 말이 고대로부터 널리 쓰여졌으며 새롭게 출발한다는 신선한 의미로 전해져 왔음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우리 모든 오산시민들께 “2013년 새희망 새출발의 ‘설’ 입니다”라고 목청껏 외쳐본다.

설날에 행해진 풍속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문헌상 보면, [동국세시기]에 세시풍속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 되어 있다. 오랜 역사와 함께 예전에도 오늘날과 별다름 없는 풍속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새 옷을 차려입고(설빔으로 갈아입고: 이 옷을 대체로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까지 입었다 한다) 이른 아침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낸다. 다례는 사당에서 주로 모시는데 4대조까지 신주를 모셔놓고 지낸다.(4대조 이상은 집에서 제사를 모시지 않고 10월에 시제로 모시게 된다) 이때 집에서 어른들에게 새해 인사를 큰절을 통해 드리는데 이를 세배라고 하는 것이다.

한편 일가친척이나 이웃어른을 찾아가서 역시 세배를 하고 동무(친구)들을 찾아가서 새해인사를 하고 놀기도 한다. 또한 요즘에는 한식과 추석에 주로 성묘를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설날에도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를 했다. 이때 상중(喪中)에 있는 사람은 정월 보름까지 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설날 절식으로는 일반적인 것이 떡국이었다. 조상에게 떡국으로 차례를 올렸으며 나이 먹은 것을 떡국을 몇 그릇 먹었느냐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날 만두를 먹었는데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북부지방에서도 만두국을 많이 먹고 있다고 한다. 영남지방에서는 지금도 세찬(歲饌)의 하나로 강정이 많이 쓰인다.

소주(蘇酒)로 마시는 초백주, 도소주는 중국의 양나라(6세기 이전)에서부터 유래한 세주이며, 우리의 세주로는 약주, 청주, 탁주 등이 쓰였다. 소주(蘇酒)에 약미(藥味)를 가미하여 정월 초하루에 한하여 데우지 않은 찬술을 먹었으며 이는 봄을 맞이하는 뜻을 나타내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세주는 괴질을 물리치고 한해 동안 사귀를 없애며 오래 살 수 있다는 다분히 속신(미신)적 요소가 있었다.

정월 초하루 이른 아침 또는 섣달 그믐날 밤 자정이 지나서 새로 엮은 조리를 사서 벽에 걸어두는 풍습이 있는데 속칭 복조리다.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이나 그 해의 행복을 조리와 같이 일어 취한다는 뜻에서 온 것이라 믿어진다.

설날 첫 시간 밤에 하늘에 있는 귀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인가에 들어가 사람들의 신발을 신어보아 발에 맞는 것이 있으면 신고 간다는 전설이 있다. 이때 신발을 도둑맞은 사람은 그해 한해 동안 운수가 좋지 않다 하여 신발을 방에 들여놓고 자는 재미있는 풍속도 있다.

우리의 과학과 기술이 우주를 향하여 한발 더 발전하고 있는 이때에 무슨 미신같은 이야기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 세시풍속은 우리들의 생활문화에 있어 선조들의 슬기와 얼이고 교훈이며 우리의 철학이고 삶의 방식인 것이다.

오늘 우리의 삶이 팍팍하고 고단한 이때 설의 세시풍속을 통하여 메마른 인정을 순화시키고 우리 민초들의 삶에 어려움을 이겨내는 값진 유산과 위안으로 재탄생되어 어려운 이때를 헤쳐 나가는 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오산 시민여러분!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가지고 힘을 내어 묵묵히 앞을 향해 나가다 보면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모쪼록 이번 명절을 맞이하여 올 한해 뜻하신 모든 것이 다 이뤄지고 행복이 넘쳐 각 가정 내 화목과 기쁨이 충만하시길 지면으로나마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이권재  오산시학운위 협의회장 / 오산지역발전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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