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 증가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우리 오산시에도 다문화가정이 1788 세대나 된다. 엄마와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늦는다는 것은 다문화가정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된다. 각 지자체는 다문화센터를 두고 방문교사로 하여금 이들의 언어를 지도하고 부진한 학습도 도와주게 하나 모두들 그것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 최인혜 시의원 ⓒ오산시

나는 지금 캐나다에서 이들의 다문화정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정책과 비교해보고 있다. 사실 배울 필요도 없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캐나다는 다문화의 역사가 수백년 된 나라로서 이주민들이 사회에 어떻게 동화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모두 언어가 불편해 공부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들이라고 왜 언어의 장벽과 학습부진(learning disability)이 없었겠는가? ESL (외국인을 위한 제2언어로서의 영어)을 하면서 이 나라 아이들과 뛰어놀고 공부하며 짧은 시간 안에 언어문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학습부진아들은 영주권자이거나 아니거나를 가리지 않고 학교에서 조금 더 신경 써 줄 뿐이다.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리 땅에서 태어나고 적어도 아빠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은 우리말을 잘한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양부모가 다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캐나다 이주민 가정보다는 훨씬 나은 언어환경인 것이다. 캐나다 이주민 가정은 집에서는 모국어를, 밖에서는 영어를 써 모두 이중언어를 한다. 캐나다에 다문화가정을 위한 특별한 센터는 없다. 기껏 있어봤자 Community center(지역센터) 이고, 이 글을 쓰느라 앉아있는 공공도서관 등의 이주민을 위한 정보센터 (Settlement Information Center) 등이니 우리로 치자면 주민자치센터 정도에서 다 해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말이 늦는 것에 조급해하지 않고 우리는 인내심이 없다는 것일 뿐...이 조급증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하에서 공부를 못하면 대학에 못가니 말이 늦어 학습진도도 늦는 자녀를 보며 불안을 느끼는 사회분위기에 기인한다. 이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이지 말 못하는 엄마문제가 아니다. 또다른 문제는 다문화가정을 보는 우리들의 자세이다. 오산시 다문화가정을 상담해보면 단적으로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야, 다문화는 남아!’라고 한다든지, 친구들도 ‘다문화 다문화’하면 아이들이 집에 와서 ‘엄마, 내가 왜 다문화야?’라고 물을 때 부모들은 할 말이 없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이들을 색다른 눈으로 보지 않는다.

다문화가정이 보편화되는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보다 열등하지 않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시민들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언어가 늦는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집에서는 엄마나라 말을 쓰기를 권장하고 한국인들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당장 오산생활 6년차 베트남주부 짠띠짱을 보라. 완벽한 통역을 하며 오산과 꽝남성의 민간사절 역할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다문화정책은 각 지자체의 ‘사업’이 되면 안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며 우리사회의 편견을 없애는데 일조하는 것이 다문화센터가 할 일이다. 오산시 다문화센터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이주민이 행복한 캐나다 하늘 아래서 ‘다문화’라는 용어부터 바꾸거나 없애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국제관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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