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 ⓒ최인혜

사람들은 이동이 불편한 지금의 나같은 사람을 교통약자라고 한다. 나는 일시적 교통약자가 되었다. 교통약자가 되어 꼼짝없이 장애인으로 살아보니 장애인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수술 후 휠체어를 타고 경험해보니 주변의 건물들이 장애인을 고려해 지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보는게 맞다.

건물뿐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혼자 다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거리는 모두 크고 작은 턱이 있다. 턱이 없으면 낮은 비탈이라도 있다. 식당도 휠체어로 갈 만한 곳이 없다. 건물 안에서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각이 나오지 않는 구조이니 들어갈 수 없고 들어갈 만하다 해도 입구에 놓여진 커다란 플라스틱통들은 방해물이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종이타월을 뽑으려면 거치대는 나같이 키작은 사람은 닿지 않을 높이에 위치해 있다. 시청사 내부 화장실부터 그렇다. 어쩜 그렇게 높이 높이 매달아 놓았을까? 앉은 자세에서 제대로 보이는 거울도 드물다.

어느 날 의원들 교육이 있어 어느 호텔에 가게 되었는데 호텔에서 휠체어를 타보니 카펫위에서는 마찰력때문인지 바퀴가 뻑뻑해서 나가지가 않는 것이다. 객실에서 먼 엘리베이터까지 한번 와 보고는 어찌나 팔이 아픈지 차라리 목발이 나을 것 같아 다음부터는 휠체어를 포기했다. 점심시간에는 지정된 식당에 목발을 짚고 갔다. 목발로 천천히 가니 식당은 이미 식사중인 의원들로 가득 차 매우 복잡했다. 입구 쪽 한 테이블에 여러 개의 빈자리가 있기에 앉으려 했더니 직원이 예약석이라며 못 앉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목발을 짚고 안쪽으로 자리를 찾아 가는데 아무리 봐도 자리가 없어 그냥 되돌아 나오게 되었다.

장애인이 목발을 짚고 도로 나오는데도 직원들은 예약석 지키기만 바쁜지 보고만 있었다. 오히려 몸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항의를 했을텐데 몸 불편한게 무슨 특권이냐고 비웃을까봐 따지지도 못하고 나와 커피숍에서 커피와 빵을 따로 사 먹으면서 얼마나 서럽던지... 휠체어로 또는 목발로 다니다 보면 사람들은 왜 그리 아래위로 훑어보는지... 비가 오면 아예 나갈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 버스를 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다니는 버스가 모두 저상버스인 캐나다나 미국이 너무나 부럽다. 장애인이 타려하면 버스가 내려 앉아 쉽게 버스에 오르고 버스앞 쪽 좌석이 벽 쪽으로 붙으며 휠체어가 올라올 공간이 확보되면서 안전띠까지 채워지는 시스템. 사람들은 시간걸린다고 불평하지 않고 그저 도와줄 뿐이다. 장애인이 다니기 편리하니 그 어느 장소에서나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나라. 그것이 진정한 선진국일 것이다.

나는 지금 장애인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이 정도만 경험해도 수많은 장애인 속에서 장애는 하나의 문화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개선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라면 모든 것이 자연스런 것이고 문화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장애를 체험하고 있는 의원으로서 너무 늦어 죄송한 마음으로 이제라도 바로 말이나 조례뿐이 아닌 유니버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다. 의원들은 가는 곳마다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고 의원님 의원님 하며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절대로 어디가서 홀대받고 오는 일은 없다. 평범한 장애인으로 간 복잡한 식당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미 지불한 돈이 있건만 밥도 못찾아 먹고 온 장애인의 서러움을 잊지 않고 식당과 길의 턱을 깍고 화장실의 거울이나 종이타월 거치대를 내리는 일부터 해야겠다.

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국제관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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