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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권재 오산지역발전포럼 의장. ⓒ이권재 | ||||
‘바람’은 첫 번째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두 번째는 기압의 변화 따위에서 비롯하는 공기의 흐름이라고 두 가지로 국어사전에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요즘 사회에서는 세 번째에 해당할 요상한 바람이 불고 있다.
고액의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재벌들과 최고 권력까지 누렸던 전직 대통령이 2,397억 원, 또 한 분은 1,672억 원이라는 미납 추징금을 16년 만에 내는가 하면 재계의 거물이었던 그룹 회장의 재산 일부도 압류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뿐인가. 증권사 직원이 고객 돈 100억 원, 자산관리 운용회사의 대표자는 100억 원, 은행 직원도 50억 원을 챙겼다는 등 억대의 돈이 마치 10원짜리보다도 가볍게 취급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신문을 펼치기가 무섭고, 아이들 앞에서 TV 뉴스를 함께 보기가 민망하다. 좋은 소식보다는 잘못된 소식들이 판을 치는 것도 이상한데 돈바람〔狂風〕까지 불고 있으니 정신조차 사나워진다. 그렇게 그들이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풍요함을 즐길 때, 그 바람에 1∼2백만 원의 월급으로 사는 서민 대부분은 졸라맬 허리끈조차 빈칸이 없었지 않았던가?
돈과 권력이 좋은 것은 알지만, 평범하게 사는 사람은 꿈도 꾸지 못할 바람이다. ‘말을 타면 종 부리고 싶어진다’고 했던가? 욕심이란 한도 끝도 없는 것이라지만 지도층이라는 그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무섭다.
흔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가 ‘지금, 현금, 입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돈에 미친 돈 바람은 다시는 불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리석은 이들은 무모하게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는 바람에 결국 법의 심판까지 받게 되고 명예까지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불행한 일을 겪게 된 것 아니던가.
‘부채’는 국어사전에 남에게 빚을 진 것과 손에 쥐고 흔들어서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라고 두 가지로 뜻풀이가 되어있다. 그런데 우리의 생활 속에는 또 다른 부채가 있다. 그런 부채들은 사람을 분통 터지게 한다.
이 추운 겨울날에 부채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여름철에 사용하는 부채(fan)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debt)는 가공할 수준이다. 2008년 말 290조 원이던 것이 2012년 말에는 493조 원이다.
그중 한전은 부채가 100조 원을 넘어갔다. 공기업은 공익을 위해 일하는 그 나라의 대표기업이다. 전기요금은 올해만 두 번이나 인상했다. 지난 연초에 4.0%, 이번에 또 5.4%로 올해에 전기요금만 9.4%나 올렸다. 이번까지 최근 3년 사이에 5번이나 올린 셈이다. 곧이어 수도, 가스, 버스, 택시요금 등 서민용 공공요금도 덩달아 뛸 것이 뻔하다. 더구나 중앙정부 부채 480조, 현 정부 임기 말엔 650조, 가계부채 1,000조, 가구당 평균 부채 8,000만 원…. 갓 태어난 신생아도 2,000만 원의 부채를 이미 안고 태어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찌 덥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에는 조금이었지만 눈이 내리더니 늦은 오후에는 겨울비로 변했다. 내일은 바람까지 불며 추워진다고 한다. 후끈거리는 얼굴로 현관에 들어서니 바깥 찬바람이 휙 들어왔다. 장식으로 걸어놓은 큰 부채가 문득 흔들거린다.
이권재 오산지역발전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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