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태영 작가. ⓒ오태영

시장 측근들이 6명이나 구속되면서 시끄럽다. 그동안 의혹으로만 떠돌던 관권 부정선거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그대로 묻혀 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성공한 세력은 선거 때마다 더욱 대규모로, 치밀하게 시민들을 기만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오산에는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 지역의 크고 작은 소식을 올바로 전해주려는 신문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물향기신문이다.

물향기신문이 의욕적으로 출발 제 1호 지를 선보인 것이 2012년 2월 18일이니, 나이로 치면 두 돌 반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다. 그동안 지역 신문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 정의로운 사회와 지역발전을 위해 공정한 시각을 유지했는지, 아니면 몇몇 소수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편향적 보도는 없었는지, 그에 대한 오산 시민들의 평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시민운동이 퇴보해버린 오산의 열악한 환경에서 신문 발행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외롭게 고군분투하며 좌충우돌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약간은 껄끄러운 인상을 심어오진 않았을까.
언론의 기능이 여럿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권력에 대한 견제이고 보면, 공무원 비리나 지역 정치인들의 부당한 권력남용을 들추어 냈을 테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치인들과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권력과 각을 세우는 언론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아니다. 권력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잘못된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는 권력에 대한 견제이다. 그렇게 양자 사이 얼굴 붉혀가며 긴장관계가 설정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일 것이다. 만약 어떤 신문이 권력기관의 선전도구로 전락하여 시민의 눈과 귀를 호도한다면 그 폐해는 어디로 갈 것인가?
때문에 말이 없는 다수는 그 껄끄러움에 성원의 박수를 보내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약간 껄끄럽게 성장해 온 물향기신문이 창간 2년 6개월 만에 인터넷 다음과 제휴하여 인터넷 신문으로 거듭 태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종이 신문에서 IT 신문으로 바뀐다는 의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오산 시민에게 국한 되었던 독자가 전국 독자로 확산되는 것이다.
즉 발행 부수 1만 부 수준의 지역신문에서 100만 부 이상의 전국권 신문으로 변신하는 것이며, 2주일에 한 번 만나보던 소식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거기다 스마트폰과 결합 SNS 시대의 막강한 힘으로 독자와 만나게 된다니, 성원의 박수와 함께 한마디 조언을 덧붙인다.

솔개의 수명은 40년에서 70년 정도 된다고 한다.
솔개가 마흔쯤 되면 인간의 나이 50대와 비슷하게 아랫배가 나오고, <이대로 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슬슬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 솔개는 그 나이쯤 해서 죽어간다. 그러나 20% 정도 특별한 솔개는 그 나이 되면 산 정상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그곳에서 자신의 무디어진 부리를 바위에 찍어 뽑아버린다. 부리를 바위에 찍어 뽑아버리는 고통이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고통을 참고 뽑아버려야 한다. 무거워진 날개와 무디어진 부리로는 사냥에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뽑아버린 부리가 새롭게 돋아나기까지 고통의 시간은 약 6개월. 날카로운 새 부리가 돋아나면 이번엔 무디어진 발톱을 뽑아버린다.
그리고 때 묻고 무거워진 깃털도 뽑아버린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를 거친 20% 솔개만이 날카로운 눈과 날카로운 발톱을 장착하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물향기신문도 SNS 시대를 맞아 새로운 날개로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기원한다. 발톱을 갈아야 한다. 더욱 밝아진 눈으로 거듭나야 한다. 높이 나는 새가 더 많은 것을 조망하는 법이다. 한쪽 날개는 사회 정의를 위해, 다른 쪽 날개는 소외된 계층을 찾아, 오산 시민이 진정으로 신뢰하는 신문으로 높이 날기를 바란다.

오태영  극작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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