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멍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깝게는 가족 그리고 친구, 학교에 들어가면 학교가 멍에이며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이 또 멍에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도 멍에 이며, 직위가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멍에는 넓고 깊어만 진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 까지 올라갔다면 온 국민이 멍에가 될 수도 있다. 국민들의 시선으로부터 존경받아야 하며, 마음으로는 대접해야 하는 자리가 대통령이라는 자리일 것이다.
작고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선으로 존경받고 마음으로 답한 대통령이다. 누구보다 서민을 위한 정치에 앞장섰으며, 통일에 대한 원대한 계획에 동참해 국민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와 국민적 자존심을 가지게 했다.
밖으로는 정치의 권위주의 청산하고자 했으며, 적과는 대화하려 애썼다. 덕분에 사회는 빠르게 안정 됐으며, 연일 치솟는 유가에도 주가는 그의 임기 말에 2천 포인트 까지 내달리며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다졌다.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중 대한민국은 달콤한 민주주의 취해 있었다. 거침없이 말할 수 있었으며, 따끔하게 비판할 수 있었다. 망루에 올라간 이들과 2달 넘게 대화했으며,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의 재임기간 중 전 대통령의 정치에 반대한 역풍도 거셌다. 돈으로 만든 권력에 대한 권위가 무너지고, 친일했던 이들의 과거 행적이 밝혀지고, 인권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그를 반대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세계를 보는 눈도 그는 남달랐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했다.
또한, 북한과는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 북한을 방문해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결과는 외국 자본의 투자유치로 이어 졌으며, 대한민국은 2만불 시대로 진입 했다.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봉하마을에 도착해 "야 참 좋다"고 하며 자연인이 된것에 기뻐했다. 그러나 정치는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고향으로 낙향한 이에게 정치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 가는 그를, 동네 슈퍼에서 길게 담배 피우며 농부처럼 웃고 있던 그를 정치는 모질게 몰아 세웠다.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애매한 국가기록물 반환 소동과 한나라당과 일부 중앙지가 늘상 주장하는 “아직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는 말은 수사에 불과했다. 검찰이 조사 중인 사항은 언론에 사실처럼 보도 됐으며, 아직 법원의 그 어떤 결정이나 결과가 공개되기도 전에 언론은 그를 매도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가 30년 지기에게 “전직 대통령이 꼴이 그게 뭐꼬”하며 받은 돈이 생활비인지, 정치자금인지 아직 결정도 되지 않았는데 “전직 대통령 또”라며 호들갑을 떨며, 대통령 주변 사람들을 압박했다.
결국 자신이 살아 있으면 주변의 모든 이에게 설움과 압박이 가해진다는 것을 유서를 통해 밝히며 노 전 대통령은 남아있는 이들의 멍에를 모두 걷어간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모두가 슬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아있는 정권의 자리에서는 서민을 위해, 그리고 물러나서는 그저 평범한 범부로 돌아가 주변의 지기와 가족들을 위해 멍에를 혼자 지고 갔기 때문이다.
그의 서거에 깊고 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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