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발언이 우리사회의 무한경쟁을 강조하듯
최근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OECD가입국 중에 최저라는 통계가 있었다. 대한민국이 1960년대에 산아제한 운동을 할 때만 해도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 낳기가 그때보다 훨씬 두려운 시대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무한경쟁이 강조되는 시대가 아니었으며 상대적 빈곤 보다는 절대적 빈곤이 지배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차별이 지금처럼 만연된 사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 낳기가 두려운 시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아이 낳기가 두렵다는 사람들의 이유 중에는 교육과 빈곤을 연결지어 답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문제에 관한 직설적인 답변들이 몇몇 있었다. “아이 한 명 가르치는데 2억이 드는 사회에서 우리 벌어먹기도 힘든데 아이까지 가난을 물려줄 수는 없다.”, “아이 낳기만 하고 제대로 교육도 못 시키면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기 때문에”, “지금 아이도 공부에 지쳐서 이민을 고려중인데 여기에 또 다른 아이 까지” 등 새로 태어날 아이들의 미래가 상대적 빈곤에 억눌려 고생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아이 갖기를 거부 한다는 내용들이 많다“
여기에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여성 이라면 아예 아이 낳기를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사회적 구조아래서 정부가 아이 낳기를 장려 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언제 어디서 해고를 당해도 찍소리도 못하는 비정규직 여성이 임신을 한다는 것은 곧바로 직장으로부터의 격리를 의미한다. “공공근로는 사지 멀쩡한 사람이 일하기 싫어서 나간다”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발언이 우리사회의 무한경쟁을 강조하듯, 무한경쟁의 가장 뒷자리에 처진 비정규직을 향해 ‘아이를 낳자’는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기를 2년에서 다시 4년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침체로 인한 비정규직의 대량해고가 우려 된다.”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과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만 대량해고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경영이 부실해지면 1차적인 책임은 모두 비정규직이 먼저 떠 않게 된다. 회사가 어려워 제일먼저 직장을 떠나야하는 것이 비정규직이며, 여기에 무기파견 계약직 이라면 한마디 항의도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 법적인 항의도 한 마디 할 수 없다.
전환 시기를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나 10년으로 늘리나 비정규직이 져야 하는 기업경영 부실의 책임은 언제나 현실이다. 차라리 전환시기를 앞당겨 정규직으로 전환해 줌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끌어 들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이윤에 배반되는 행동이기 때문에 우리정부는 못 한다고 한다. ‘기업 프랜들리 정권’이므로 서민들의 고통 보다는 기업의 이윤을 더 중시하는 정치현실에서 또 아이를 낳으라고 강조한다. 참으로 악날한 조롱이다.
서민을 조롱하는 아이 낳기 정책 앞에 서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조차 하기 힘든 지금이다. 대한민국 인구가 줄고, 또 줄어서 더 이상 비정규직을 구할 수 없을 때 까지 줄어든다 해도 기업들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정부에 비정규직에 관한 로비를 할 것이고 이에 정부가 지금처럼 계속 호응 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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