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교 자체의 명예보다 학생을 소중하게 여겨야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2년간 학생들이 무더기로 학교를 떠나는 일이 발생했지만 교육청과 학교 당국이 모든 책임을 학생의 자질과 공부 못함에 그 원인이 있다며 손을 놓고 있다.
수원의 A고는 지난 2006년 새로 설립된 신설 학교다. 학교가 신설되면서 새로 입학한 1학년 600여명중 200명 가까운 숫자가 학교가 그만두거나 전학을 갔다. 전체 1학년 학생 중 삼분의 일이 이 학교를 떠난 셈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버리고 타 학교로 전학가거나 그만두는 일이 이제는 다반사가 됐지만 교육청 관계자들은 사태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A학교의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질이 인근 고등학교에 비해 떨어지고 신설학교이다 보니 인문계에 진학할 만한 실력이 안 되는 학생들이 도저히 수업을 못해 전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반면에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툭하면 때리고 공부를 못한다며 전학을 가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때 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증언하고 있다.
C고등학교는 지난 2008년에는 한반에 11명의 학생들이 무더기로 학교를 이탈해 전학을 간 경우도 있다. 전학을 간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님이 무섭다. 애들 앞에서 모욕적이고 창피하다”며 “차라리 학교 안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며 전학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유가 무엇이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무더기로 전학을 가거나 그만두면 진상조사가 필요하지만 보고는 있어도 조사는 없었다.
이 학교를 지도하고 학교의 한 관계자는 “A학교의 경우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진학에 떨어지고, 실업계에도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반 정도 있는데다 추첨으로 들어간 학생들이 반 정도 구성원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수업도 중심을 잡기가 매우 어렵고 공부를 완전히 포기한 학생들과 뚜렷하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나누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정확한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고 한다.
결국 모든 책임을 대학입시위주의 고등학교 운영이 빚은 비극 이라는 설명으로 마무리 할 뿐이었다. 누구를 탓하기가 참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된 전국 학력평가는 학생들을 거리로 내모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됐다. 학교의 성적이 선생님들의 능력으로 평가받고, 이를 공문화하는 과정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학교를 떠나달라는 무언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C학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설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솎아내고 있는 과정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을 받았지만 학교의 순위와 관계있는, 전체성적을 떨어뜨리는 이른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학교 담장 밖으로 밀어내서 학교의 전체순위를 올려보려는 행정적지도가 앞서 있고 교육적지 도는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를 완화하기 위한 일종의 소규모하교 프로그램인 혁신학교 프로그램이 도입되려 했지만 이 또한 쉬운 것만은 아니다. 혁신학교를 주창한 현 교육감에 대한 보수정치인들의 공세와 자신의 자녀가 혁신학교 때문에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전학을 결심한 학생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학을 가기위해 추천서를 써주긴 하지만 이미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들을 받아주려는 고등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문제아를 받으면 또 다시 학교의 성적이 떨어지고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꺼려하는 교장, 교감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전학을 가기위해 1년간 학업을 쉬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공부는 못하지만 영리하고 행동이 바른 학생들도 많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인재로 만드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대안학교를 세울만한 예산은 늘 부족하다. 공부 못한다고 소문난 학생들이 어느날 서울에서 벌어진 모 공모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아오자 교장이 문물을 흘렸다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사례는 우리 학생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늘 잠재하고 이들을 사랑과 용기로 감싸줄 학교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학교는 학교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학생들을 위한 것임을 학원관계자들이 한번더 생각해 주길 바란다.
경기리포트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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