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이 있었던 지난 15일, 국감 도중 위원장이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한마디 했다. “ 거 지금 국감 중인데 무슨 보좌관들이 그렇게 많이 들락거립니까? 지사는 보좌하는 공무원 없으면 답변을 못합니까?”

그날 당황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국감 답변 중에 “정부종합청사의 과천시 이전도 잘못됐다. 정부종합청사는 광화문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행정부의 효율성을 위해 절대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은 결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서, 국가경쟁력이 떨어져서”라는 김문수 지사의 3년에 걸친 말들을 보완하느라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기개발연구원은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행정부의 세종시 이전에 다른 문제점들을 제시했다.

그중 가장 흔하게 주장하는 논리 중에 하나는 기업경쟁력 약화가 있다. 글로벌 시대에 진입한 한국의 기업은 수도권에 있어야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세종시 원안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경발연은 중앙대 모교수가 연구했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세종시는 정치적 야합에 의한 탄생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세종시가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이며, 국행정력을 약화시키고, 기업들을 멍들게 하는 계획인지 진정성을 가지고 묻고 싶다.

서울시 인구 1,000만, 인천 260만, 서울시와 인천을 둘러싼 경기도 1,100만 합하면 2,360만 명이 경기도 안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가 4,800만 정도라고 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중 과반이 경기도에 모여 사는 셈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물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주택문제다. 서울의 주택문제는 오래전부터 한계에 도달했다. 대안으로 경기도에 서울의 배트타운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 분당, 과천, 일산 등 이른바 제1기 신도시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은 제3기 신도시라고 할 수 있는 광교, 동탄, 세교 신도시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는 그린벨트 까지 허물어서 주택공급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 지자체들이 아파트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는 즈음에 수도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에서 벗어난 수도권 위성도시들과 서울을 연결하려는 광역도로는 신도시 하나가 생길 때 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좁은 지역에 인구가 모여 살다보니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 화장장, 상하수도 보급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정부예산이 경기도 안에 투자되고, 얼마 못가서 또 다시 투자된 자원을 헐고 다시 짖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결국 입지가 좋은 수도권의 토지는 부르게 값이 됐으며 삶의 질과 상관없이 경기도의 부동산 가격은 대한민국 전체를 살만큼 비싸졌다. 이것이 행정의 효율성이며 국가경쟁력이라는 김문수 지사의 주장은 비뚤어져도 한참을 비뚤어졌으며, 자기논의 물 데기만 바뿐 어설픈 농민과 같은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르는 생각과 비전을 가진 정치인 이라면 정치적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수도권의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함이 옳다. 김 지사가 행정의 효율성을 말하며 “하루에도 몇 번식 장차관을 대면해야 하는 대통령과 경기지사가 행정직 간부들과 얼굴을 굳이 맞대고 논의해야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들만의 논리일 뿐이다.

세계제일의 디지털 문화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개별이던 단체든 행정의 효율성을 담보로 한 정책논의가 꼭 얼굴을 맞대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자랑하는 화상회의도 있다. 그리고 단둘이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핸드폰도 있고, 전화도 있고, 팩시밀리도 가능하며 영상통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행정의 효율성에 문제에 있어 국민들은 현재 불편한 것이 없다.

물론 민원서류도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관공서에서나 발급이 가능한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행정의 효율성 때문에 세종 신도시가 불가하다는 말은 허울 좋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행정의 효율성에 이어 자주 등장하는 말은 국가경쟁력이다. 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면 국가경쟁력이 저하된다는 해괴한 논리다. 행정수도가 지방으로 이전하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행정도시를 이전하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교육의 질이 후퇴 하며, 민주주의가 퇴보 하고, 국가의 기간산업이 망한다는 말인가? 그 어느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이 저하 된다는 발상이 그저 기업들의 입방에서 소비시장이 분산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주인들인 기업과 일부 정치세력의 재산 가치하락이 두려워 행정도시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있을 정도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울에서 집 한 채 살돈이면 지방에서 한 채하고 조금 더 살 수 있을 정도의 부동산 가치의 평준화가 국가 경쟁력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과 서울에 거듭 재투자 되는 학교, 도로, 의료시설 등 사회 간접자본이 국가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확대될 때 국가 경쟁력은 더 강화 되리라고 보기 때문에 국가경쟁력 때문에 행정도시 이전이 불가하다는 논리도 그저 반대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반대를 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일탈의 행위를 한 두번 보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싸구려 정치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서는 진지하고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