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려했던,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정진곤 예비후보의 명백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난 2월 26일 개정․공포) 위반이 그것이다.

지방교육자치법 46조에 따르면 정당은 교육감 후보를 공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의 대표자, 간부 및 유급 사무직원들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후보들도 특정 정당의 지원이 있다는 것을 표방할 수 없다.

어제(4월 12일) 경기도 교육청 제3회의실에서는 정진곤 예비후보의 정책공약 발표회가 있었다. 내용이야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요 기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은 “횡설수설, 중언부언 이름값을 못하는 급조된 회견”이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것보다 심각한 것은 정진곤 예비후보가 결론다운 결론으로 내놓은 ‘오직 대통령과 김문수 지사가 나의 배경’이라는 주장이다.

정진곤 예비후보의 시대착오적이고 안하무인적인 선거법 무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에서 내려와 선거사무실을 차릴 때부터 한나라당 도당 사무실 옆에 바짝 붙어서 곁방살이를 함으로서 “선거사무실을 하필이면 한나라당 경기도당 당사 바로 인접에 마련하는 것은 정치 유착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질책을 받더니(3월 26일자 경기일보 사설) 4월 7일의 출마기자회견부터는 아예 내놓고 청와대를 거론하며 ‘모든 문제는 대통령과 자신이 가깝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다는 투의 초등학생도 비웃을 현실인식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의 얼굴이자 주장이 될 명함은 더욱 가관이다. 그는 그의 명함에 ‘대통령의 교육수석’이라고 자신의 태생과 한계를 함께 박았다.(사진 참조) 문법에 맞든 어울리지 않든 그것은 대학교수까지 한 그의 한글 실력이니까 거론하지 말자.

그렇지만 너무 한심하다. 국민의 녹을 먹으며 오로지 했던 일이 대통령만을 위해 했고(그것이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또 그 정신으로 경기교육을 맡아보려고 내려왔다는 말인가. 명함 전면 그 협소한 공간에 두 군데나 ‘청와대’와 ‘대통령’을 거론할 정도로 내세울 것은 그것뿐이란 말인가. 이것이 우리 고위 공무원들의 슬픔을 넘어선 부끄러운 자화상이란 말인가.

한나라당 서울시당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김영숙 후보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기 며칠 전부터 이미 한나라당 경기도당에서는 정진곤 예비후보를 염두에 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또 뜻있는 당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소리가 들리더니 급기야는 그 실체는 드러났다.

정진곤 예비후보는 4월 10일, 경기 노사정 등반대회가 열린 고양시 고봉산에서 김문수 지사와 합류하는 용기를 보였다.(사진 참조) 그리고 말했다. ‘어른들의 정치 싸움에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누가 누구보고 할 소리인가. (4월 4일 부활절 행사에 함께 교회를 순방한 것은 신성한 종교행사이니까 거론하지 말자.)

그리고 단 두 번째의 기자회견인 어제의 발표.

조금 어렵다싶은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통령께 말씀 올려서 어떻게든…운운” 하더니 제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기자들의 볼멘소리에는 “김문수지사와 여러 일을 해왔고 김문수지사의 철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며 동문서답과 함께 배경을 낱낱이 과시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어느 기자는 ‘이제 정 후보에게는 나올 답이 없다. 오로지 청와대뿐이다. 청와대만 쳐다보라!’라고 자조 섞인 한탄을 한다.

이쯤 되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실 일과 정진곤 예비후보 측에서 할 일은 정해졌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의 진짜 주인들은 이 울화통을 어떻게 소화해야 한단 말인가. 경기도에서 고작 이정도의 사람들이 하는 농단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가. 작년 보궐선거에서는 경기도와 무관한, 경기도에서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외래 수입 후보가 마치 특수집단이 작전을 펼치듯 당선을 시키더니(낮은 선거율을 틈타) 이번에는 경기교육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야말로 '불량 하사품'이 진주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모든 도민이 이 ‘불량’과 ‘하사’의 의미에 이미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주장한다.

정진곤 예비후보는 무엄하게 더 이상 대통령을 괴롭히지 말라.

그리고 이제는 청와대의 이유식(젖먹이)에서 벗어나라. 무관한 우리까지 낮 부끄럽다. 한나라당과 한나라 경기도당은 더 이상 어설픈 정진곤 예비후보 돕기로 이번 선거를 혼탁케 하지 말고 선거법을 위반하는 화를 자초하지 말라. 아니면 패색은커녕 사고만 칠 것 같은, 이미 한계가 노출된 공약으로 결코 적을 이길 수 없는 정진곤 예비후보를 아예 이 기회에 강퇴 시켜라.(그럴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끼상소라도 하기를 권한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장 정진곤 예비후보의 ‘정치권의 부당 개입’에 대한 선거법위반을 김문수 지사와 함께 조사하라.

여기에 덧붙여 검찰의 수사도 촉구한다.

강원춘 예비후보 홍보지원실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의 주장과 논평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