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은 있지만 활성화 되지 못하는 리더십의 부재는 도시를 망하게 한다"
시장
재래시장
과거에는 재래시장 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그저 ‘시장’일 뿐이었다. 사전적 의미의 시장은 매일 또는 정기적으로 상품의 매매가 이루어지는 장소 또는 시설. market (영어) 매일 또는 정기적으로 상품의 매매가 이루어지는 장소 또는 시설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시장은 상품 매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라디오와 TV가 나오기 이전에는 정보의 교환 장소 였다. 옆 동네, 먼 마을의 이야기를 시장을 통해 들었으며 이를 전달해 주는 상인들이 오고가며 물건을 함께 팔았다.
시장에 오면 소식을 들을 수 있어 시장은 늘 활기를 띠었다. 꼭 물건을 사러오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소통의 장으로써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 과거에는 시장에서 약을 구하기도 하며. 가족들의 건강에 대한 간단한 상담까지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약은 약국에서, 치료는 병원에서 하며,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한다. 시장의 재미가 줄어들고 줄어들어 이제는 상품의 매매 기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상품의 매매도 서구화 된 대형마트에 밀려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늘 말한다. 재래시장 살려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는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는 정말 고민 한번 안한 사람들이 많다.
수원의 중심 이라는 경기도의 남문시장을 살리겠다는 수많은 선거공약이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쓸 만한 실천의 방법은 없었다. 소통의 장에서 단절만이 남아 있는 시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말이다.
한때는 경기도의 중심 상권이었던 수원 남문 상권의 몰락이 순전히 대형마트 때문일까? 아니다. 실질적으로는 미래를 잃지 못한 공무원의 탓이 더 크며, 리더로서의 가치재창출에 실패한 시장 상인들의 몫도 크다.
지난 1980년 초, 암울했던 서울의 동대문 환경은 슬럼가 그 자체 였다. 깡패는 넘쳐나고 더러운 오물과 좌판 그리고 옷 시장이 전부였지만 동대문 시장은 지금 세계 패션리더로서 24시간 상설 운영되는 시장이 됐다. 대형마트가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동대문은 살아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행정은 동대문으로 찾아오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을 늘렸으며, 불법주차는 단속했다. 주차장이 모자라면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 차를 뺐다. 여기에 동대문 인근 관용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공용주차타워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민은 미래를 예측해 상품을 출시했으며, 신 보부상들은 밤마다 동대문 상인들이 만든 물건을 혈관이 돼서 대한민국 전체에 뿌리고 있다. 이도 모자라 아예 지자체의 버스까지 동원해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고 있다.
반면 경기남부의 중심에 있던 수원 남문 상권은 몰락의 목전에 까지 와 있다. 동대문과 경쟁하던 모습은 아예 사라지고 시골 촌락의 시장으로 전락했다.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지경이다.
아직도 남문은 엣 영화가 남아있다. 수원 남문을 ‘팔달문’이라고 하는 것은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수원은 물론, 오산, 화성, 평택, 용인, 광주 경기 남부의 내노라하는 도시의 버스들이 모두 수원 남문을 경유 하지만 이를 이용해 남문을 활성화 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서울 이라는 거대 집단의 경쟁에 밀리고 대형마트에 시장이 잠식당한다는 한숨만 강조한다.
선거직 공무원도 대형마트만을 핑계거리로 여기고 있다. 경기남부 600만명의 살고 있는 도시의 중심이 초라한 몰골로 변하고 있는 데 재활, 재생의 시도를 하지 않는다.
우선 급한 것은 하천의 복원이 아니다. 수조원을 들여 수원천을 복원한다고 한들 상인들이 다시 모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관광객이 갑자기 급증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보기 좋다는 것뿐이다.
수조원을 들여 정작 해야 할 것은 수원 남문에 대한 구체적이 활성화 계획과 실천에 대한 의지다. 수원 남문에 버스가 도착하면 편히 내릴 수 있도록 부지를 확보하고 둘 또는 셋이서 함께 걸을 수 있는 길과 노점과 상점이 함께 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시장이 도매기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단과의 연결과 외래상품의 공동구매단을 조직해야 한다. 그 조그만 시장을 영동, 지동, 팔달로 나누지 말고 전체적인 운영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차는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 손님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왕이다. 일방통행을 해도 왕래와 주차가 심각하다. 이쯤이면 내차는 양보해야 한다.
행정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용시설에 상인들의 주차를 허용하고 시장 내에 일체에 차를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 해마다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오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이들에게 물건을 팔지 못한다면 이는 분명 행정이 많이 잘못된 탓임을 공무원 스스로 알아야 한다.
반쪽에 끝난 화성열차는 관광객을 시장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 하천 복원은 조금 늦어도 어디가지 않으나 시장이 죽어버리면 사람도 죽는다. 경기도 각지에서 사람을 태우고 수원 남문에 온 버스는 무조건 VIP이다.
원스톱으로 가장 편안하게 은행서비스가 되어야 하며, 쇼핑과 먹거리의 구역을 나누어주되 상호 보완될 수 있도록 시장을 재배치하는 문제도 고려해 두어야 한다. 상품을 샀으며 덤으로 관광을 위해 물건을 안심하고 잠시 맡길 수 있는 기능도 있어야 한다. 화성열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세계 최첨단 기업 삼성의 물건을 남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어야 하며, 이곳에서 물건을 샀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아직 더 많이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수원 남문의 경쟁 상대는 서울의 동대문이다.
공무원은 지금 서울로 가야 한다. 동대문의 불야성을 보고 배우고 느껴야 한다. 그곳에서 시장을 위한 행정을 배워야 한다. 여건은 있지만 활성화 되지 못하는 리더십의 부재는 도시를 망하게 한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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