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간의 상호 함수

<경기리포트 칼럼>비정규직 자식들은 비정규군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 정부를 지켜야 하는 국민 사이에는 함수가 있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국민도 국가와 정부를 위해 충성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조선 제14대 임금인 선조에게는 몇 명의 왕자가 있었다. 그중 장남 임해군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함경도로 올라가 군을 모집하던 중 백성들에게 붙잡혀 왜군에게 넘겨졌다. 당시 백성들은 임해군과 그의 추종세력 들이 함경도에서 백성들을 지나치게 핍박,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선택을 강요당한 백성들이 임해군을 사로잡아 왜군에게 넘겨준 사건이었다.

백성을 핍박하면 백성도 정부를 돕지 않는다는 것은 이것 말고도 역사적 사료가 많다. 선조가 궁을 버리고 도망을 가자 궁을 불태웠던 것은 일본군이 아니고 조선의 백성들 이었다. 조선 정부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정확한 진실이다.

궁을 불태운 정도가 아니라 혁명까지 이어진 것은 동학이다. 조선말 '철종'시대에 이르러 백성들은 정부로부터 어떤 보호조차 받을 수 없었다.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는 정치세력과 토호들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 그들의 부를 늘려만 갔다. 결국 고종 시대에 이르러 백성들의 분노는 혁명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에도 과거 조선시대에 있었던 비극은 없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똑같은 일을 해도 노동력을 제공한 댓가의 반을 미쳐 못 받는 비정규직이 해마다 늘어만 가고 있다. 과거 조선의 자본계급이 농민들에게 일을 시키고 자신은 7할을, 농민들에게는 3할을 주었던 것과 같은 묘한 데쟈뷰현상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비정규직의 보호보다는 재벌의 보호에만 급급하다. 오죽 하면 ‘기업프랜들리정권’이라고 할까

그런 "정부를 비정규직이 지켜야 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다"는 농담이 사회에 떠돌아 다니고 있다. 어느 비정규직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술자리를 빌어 “비정규직 자식들은 비정규군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일해도 정규직의 삼분의 일만 받으니까 우리도 정부에 삼분의 일에 대한 의무만 지자”고 말했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준비하지 못하고 기업의 눈치 보기만 하다가 결국 기업의 편만 들면, 백성들도 정부의 편에 서서 국가를 위해 총칼을 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국가와 백성, 정부와 백성들 간의 함수다. 정부는 누가 진짜 ‘갑’인지 지금이라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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