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리포트 칼럼> "공무원 등쌀에, 붕어빵 장사도 못하게 해요"

서울 대학로, 석촌호수 옆 광장, 신촌 사거리, 종로 종각, 동대문 패션 타운, 이태원 등 서울의 유명 거리에 가면 모두 포장마차가 있다. 기업형 포장마차도 있지만 서민들이 하는 포장마차도 상당히 많다.

포장마차는 전세나 월세를 감당하기 힘든 서민들이 생활의 호구지책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촌을 형성해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으로 때로는 이야기의 광장으로, 소통의 장으로 통하기도 한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며 수십만의 인파가 몰리는 동대문 패션타운, 야밤에 포장마차가 없다면 얼마나 썰렁할 지가 걱정될 정도로 포장마차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법으로 따지면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포장마차라지만 공무원들은 야밤에 이들을 묵인해 준다. 가끔 단속이야 하지만 이들의 문화적, 상업적 가치와 호구지책임을 인정해 주고 있는 셈이다. 법과 현실의 소통과 타협이다.

반면 경기도의 수도 수원에서는 좀처럼 포장마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밤이 되면 수원역앞에 한 둘 정도가 있을 뿐이지 포장마차를 찾기는 어렵다. 좀처럼 그 이유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답은 간단하다.

수원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무원 등쌀에, 붕어빵 장사도 못하게 해요”라며 간단하게 말해준다. 수원의 중심이라는 수원 남문, 재래시장과 소상인들이 넘쳐나고 인파가 북적거리지만 제대로 된 포장마차는 없다.

십 수 년간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으며, 문화제 보호구역 이라는 미명아래 건축물 증개축도 어려운 행궁동 주민들은 도시의 슬럼화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말로는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하지만 노점하나 벌일 수 없는 처지에서 시 당국이 죽은 ‘정조(조선 22대 임금)’를 위해 한해 400억원 이나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을 그저 원망만 하고 있다. 호구 위에 법이 군림하고, 공무원이 위세를 떠는 행궁동에서 붕어빵 노점이나 우동 노점은 단속의 대상에 불과할 뿐이다.

수원시 당국자는 정조가 수원에 화성을 건축할 때에 백성들에게 부역의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내탕금을 사용해 임금을 주었던 것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죽은 정조를 위해 시민들의 호구마저 법의 잣대로만 다루다 보니 노점하나 없는 썰렁한 관광지가 되어버린 수원화성을 위해서라도 서민과 타협해야만 한다.

아마도 죽은 정조 임금이 지금의 현실을 안다면 한마디 하실 것이다. “나를 위해 예산을 들이지 말고 서민의 호구부터 먼저 생각하라”고 지시하셨을 것이다.

수원 팔달산에 있는 죽은 정조의 동상에서 산 시민의 고혈이 강물처럼 흘러 방화수류정을 채우고 있음을 당국자는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