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흘러야 하고 돌아야 한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일부 VIP고객들의 예금을 미리 빼돌린 관계자들이 줄 소환을 받아가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사고의 정황을 보면 예금을 빼간 당일 금감원 직원들이 저축은행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눈뜨고 코를 베가고 있음에도 몰랐다는 말이다. 아니면 일부러 모른 척 했다는 말이 된다.
전자가 되었던 후자가 됐던 금감원은 입이 있다고 한들 할 말을 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한 달여 가까이 쉬쉬하고 있었던 금감원의 자세와 사후 수습조치로 전액 환수라는 카드를 빼든 금감원의 이상한 행동이다.
첫 번째로 금감원은 사고 즉시 검찰고발과 함께 조사를 착수 했어야 했다. 이미 금감원의 식구들이 각 저축은행의 감사나 이사로 재직하면서 저축은행의 부실영업에 대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터에 한 달여 가까이 쉬쉬 했다는 것은 그간의 공공연한 비리를 만천하에 공개한 것과 다름없다.
두 번째로 전액환수라는 말도 안 되는 사후 약방문을 들고 나온 금감원의 처지가 이해 안 간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예금을 인출한 것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는 하나 자본의 주인이 마음대로 인출하겠다는 것을 무엇으로 막는다는 것인가, 사회주의적 발상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을 자본의 주인에게 돌리려는 태도는 옳지 못한 발상이다. 저축은행에서 예금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금감원의 할 일이다. 국가가 인정한 은행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국가가 신속하게 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자본은 역사처럼 살아 있는 생물이다. 쉼 없이 흘러야 하고 돌아야 한다. 그런 흐름이 멈추고 병드는 것은 부패와 부정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이런 부패와 부정을 도려내는 것이 금감원의 진정한 할 일이다. 지금처럼 흐름을 막아서고 지류로 샌 돈을 다시 환수 하겠다는 억지를 중단하고 새 흐름을 신속하게 만들어 깨끗하게 하여야 한다.
서민의 자금이 지금처럼 막혀서 죽어가고 있음에도 올바른 처방책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올바른 처신일 것이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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