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가 2월 24일 예정되어 있는 2013년 정월대보름 행사에 3천만원짜리 달집태우기 행사를 추진하다 결국 포기했다.

1월 22일 본지의 인터넷판 첫 기사가 나간 후 시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자 결국 시가 항복한 것.

처음에 시 산하 오산문화원은 무려 37m 높이의 달집을 만들어 이 분야 기네스북 기록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37m 달집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인원과 크레인 등 중장비까지 동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오산문화원 사무국장과 전 물향기포럼 대표 등 안민석 의원 측근들이 주도한 이벤트성 보여주기식 달집태우기 행사에 대한 지역사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윤경 오산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은 “전통문화 행사는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지역고유의 문화에 기반해야 한다. 오산시는 농촌도시나 산림지역이 아니다. 기네스북에 올릴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외부에서 나무를 사와 달집태우기에 3천만원을 쓴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회 의원 역시 “경제도 어려운데 한번 태우고 말 것에 이렇게 많은 예산을 쓴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시민들 역시 지역의 지도층이 먹고사는 삶의 문제 해결에는 등한시하고 이벤트성 축제와 행사에만 신경쓰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운암에 사는 김철홍(44세) 씨는 “현재 지역민들은 경기불황으로 죽을 지경이다. 직장인과 자영업자 할 것 없이 하루하루가 고통이다”라며 “시와 정치인들이 돈을 펑펑 쓰며 정월대보름 밤의 허망한 불꽃놀이에만 관심이 가 있다. 이벤트로 언론의 관심을 끌려는 엉뚱한 짓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월대보름 행사를 주관하는 유종대 오산문화원 사무국장은 지역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을 나타냈다.

유 사무국장은 “작년에 적은 예산으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성과를 낳았다. 올해 달집은 가능한 크고 모양새 있게 추진할 생각이다”라며 “달집의 규모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재정 지원에 의해 결정된다. 3천만원이 더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능력이 돼서 기네스북에 도전할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산을 지원하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오산시는 발뺌하기에만 급급했다.

시의회 시정업무보고에서 37m 대형 달집태우기 기네스북 도전 계획에 관한 시의회 보고를 했던 오산시 문화체육과 과장은 “오산시는 대보름 예산 4천만원을 책정할 뿐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진행은 오산문화원과 시민단체가 진행한다. 달집태우기 3천만원 투자와 기네스북 도전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거짓말까지 해 빈축을 샀다.

기사가 나간 후 시민들의 여론은 들끓었다. 오산문화원과 오산시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몇 명의 시민들이 본지의 기사를 인용하며 오산시 홈페이지 민원란에 항의의 글을 올렸다.

‘3,000만원이 불태워 없어지는 축제’라는 제목으로 1월 22일 글을 올린 김모 씨는 “경기침체 외쳐가며 허리띠 졸라매자고 주장하면 뭐합니까? 시장님 개인 돈이라면 이렇게 펑펑 쓰시겠습니까? 3000만원의 돈이면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전세자금이며 소년·소녀 가장 1년 급식비로 아이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돈”이라고 주최 측을 비난했다.

‘오산시의 기네스북 도전, 오산 시민들이 봉입니까’라는 제목으로 1월 23일 글을 올린 박모 씨 역시 “오산시를 그렇게 알리고 싶으세요? 오산 시민들의 세금으로 오산시를 홍보하려고 하지 마시고 시장님! 국회의원님!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 받으시죠? 그 돈으로 행사하시면 어떨지요? 우리 오산시가 강남의 부자동네 입니까?”라고 분노했다.

1월 24일 글을 올린 한모 씨는 “경남 산청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1월 23일 문화원 이사회에서 달집 만드는데 4,000만원도 모자란다고 사무국장이 말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독립적 문화원이 정치적으로 움직이려는 것은 문화원의 수치다”라고 한탄했다.

시민들의 이러한 분노성 글들은 모두 조회수 600여회를 넘어섰다. 특히 한모 씨의 글은 무려 1,200여회에 이르렀다.

오산시는 시민들의 항의성 민원글에 대해 “작년에 대보름 행사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3,000천만원의 달집과 기네스북 도전은) 올해 시민이 함께하는 행사로 규모를 확대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달집은 시민들의 자율적인 모금액에 따라 적당한 높이로 설치 할 계획”이라는 애매한 면피성 답변을 내놓았다.

결국 얼마전 오산시는 3,000만원 달집태우기와 기네스북 도전이라는 처음의 계획과 추진했던 일들을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오산시는 대보름 행사 프로그램과 달집 규모를 처음의 계획과 달리 예년 수준의 규모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조건과 시민 정서를 무시한 채 정치성 짙은 색채로 대보름 행사를 추진하던 시와 오산문화원이 여론의 역풍과 시민들의 저항에 굴복한 셈이다.

한편, 정월대보름 행사는 현재 대표적인 전통문화 행사로 전국에서 각광받고 있다.

오산시도 2005년부터 매년 ‘정월대보름 맞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오산천 둔치에서 행사가 진행됐으나 작년부터 논밭이 있는 도심 근처의 운암뜰에서 진행됐다.

작년에 2만여명의 엄청난 참여 인원수와 방송과 신문의 관심에 고무된 오산시와 정치인들은 정월대보름 행사를 지역의 대표적인 민속행사로 키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월대보름 행사는 유행이다 보니 각 지역의 특성보다는 획일화되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달집 규모와 불기둥 높이 경쟁이라는 이상한 방향으로 지자체간 경쟁이 붙고 있다.

일본의 한 지자체에서 시도한 35m 달집 높이 기네스북 기록을 경남 산청의 지자체가 50cm가 부족해 깨지 못하자, 이번에 오산시가 이 기록에 도전하려 했던 식이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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