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보면 참 희한안 일을 목격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각기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누구는 정말 남들이 보아도 그리 가치 있게 보지 않은 것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다. 그런 경우는 대개 그 물건 등에 특별한 사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날 다운데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더 더워 질 수도 있어, 한창을 망설여진다.
8월 7일(화), 오산에 볼일이 있어 뜨거운 날이지만 길을 나섰다. 그저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사는 것은 크고 작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이상한 주변 사람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기 위해 오산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안도 그렇고 바깥 날씨도 그렇고 덥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이는 걸리고 개는 안고
워낙 찜통더위가 계속되다 보니 터미널 안도 덮기도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더운 날이니 어디에 있어도 덥다. 이런 날은 차라리 밖에 나가 차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듯해, 터미널 앞으로 나가 그늘을 찾았다. 그런데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얘가 왜 이래.”
“다리 아파, 나도 안아달란 말이야.”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6~7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엄마인 듯한 여자의 대화다. 그런데 여자의 팔에는 개 한 마리가 안겨있다. 아이는 나도 안아달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다리가 아프니 나도 저 개처럼 안아달라고 하는 듯하다.
“아기는 내려놓으면 발이 더러워져. 그냥 조금 더 가자”
“싫어, 나도 다리 아파”
“너 말 안 들으면 혼난다.”
결국 아이는 울먹이면서 끌려가다 시피 길을 간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민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 나 자신도 수많은 개를 길러본 사람이다. 또 갓 낳은 강아지를 끼고 한 달이 넘도록 밤잠을 못자면서 몇 마리를 수유를 하기도 했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
안고 있는 개가 발이 더러워질까봐 이 더운 날 다리가 아프다는 아이더러 걸어가라고 하는 엄마. 아마 아이가 그 여자에게 ‘엄마’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저 이웃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엄마라는 여자, 참 매정하게 힘들다는 아이의 의견을 묵살해 버린다.
과연 이 아이가 이런 기억을 하고 있다면, 그 개에게 잘 대해줄까? 그리고 이런 엄마에게 ‘개보다 못한 대우’를 받은 것이 마음에 상처로 남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해보니, 이 어린아이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혹 엄마의 이런 대우로 인해 상처가 되었다고 한다면, 이 아이는 나중에 동물을 어떻게 대우를 할까?
난 이릴 적 집에 10여 마리가 넘는 개를 키웠었다. 개들을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가면 동네 어르신들이 ‘개아범’이라고 불렀다. 그럴 때마다 난 개아범이 아니라고 운 적도 있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이다. 개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였지만, 사람과 개는 엄연히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고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개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는 나였지만, 나는 사람이고 개는 개일 뿐이라는 사고가 어려서부터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동물을 가족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의 마음을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맙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 자식을 걸리면서까지 개를 안고 가야만 할까? 빗나간 모정이 빚어낸 동물사랑이, 자칫 어린아이의 마음에 상처라도 주었을까봐 걱정이다. 찜통더위가 더 덥게 느껴지는 날이다.
하주성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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