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경기교육에 가하고 있는 만행은 전례가 없습니다. 교육청과 교장, 교감, 교사를 협박하는데 교육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불통으로 특징되는 이 정부에서도 가장 불통한 방식으로 권력을 휘둘러, 교육 자치와 학교의 자율성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이런 만행을 주도하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교육 현장의 혼란과 교육적 가치 파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또 다시 강조하지만, 졸속으로 시행되는 학교폭력 가해학생 학생부 기재는 헌법 위반 소지가 있고, 교육의 원칙에도 어긋난 대책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만 제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주호 장관의 지시나 일개 부처 훈령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지침은 양심적인 교육자라면 누구라도 손사래를 칠 심각한 결함들이 즐비합니다. 졸업 후 5년 동안이나 기록을 보존하여 대학입시나 취업 등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과잉 처벌입니다. 초등 1학년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경미한 서면사과도 기재돼 아이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한 번 기록되면 해당 기간 동안 지워지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은 당연히,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피해자 인권은 무엇보다 우선해 보호되어야 합니다. 가해자는 엄중하게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 처벌이 지나치게 불균형해서는 안됩니다. 상식으로 승복할 수 있어야 하고, 지속되는 처벌 상태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지켜야할 교육적 원칙과 인권 정신에 부합하는 과정과 절차를 통해 대책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저는 교과부 감사에 대응하여 스스로 '200시간 연속 비상근무'를 하면서, 이 나라 교육권력이 어떻게 학교 현장과 교육자치를 황폐하게 만드는가를 비통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허점 투성이인 학생부 가해자 기재사항이 이번 대입에 반영된다면 극심한 혼란과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의견을 들어 당장 대입 반영 유보를 발표해야 합니다.
저는 교과부 지침에 대한 우리 학교들의 판단을 믿고 존중합니다. 아이들의 인권 지킴이 역을 자임해왔던 우리 교장 교감 교사 선생님들은, 교육청과 함께 이번 지침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것들을 공유해왔습니다. 권력을 앞세운 교과부 완력 앞에서 마지막 단계까지 무엇이 우리 아이를 위한 것인지 고심해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교과부는 이런 우리 선생님과 학교를 겁박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권력 앞에서 교육자치가 위태로울 때 우리는 더욱 스스로를 다잡습니다. 우리는 더욱 아이들을 위해야 하고, 더욱 교육적이어야 합니다. 저는 학생부 지침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더 한층 노력할 것입니다. 교과부가 몰래 빼돌린 입법권을 바로잡기 위해 국회에 이 사안의 쟁점이 아이들의 기본권이라는 점을 알릴 것이며,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을 위한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입니다. 대법원에 제기한 교과부 직권취소 취소청구소송에서 교과부의 위헌성을 입증할 것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의 학교폭력 기재 보류방침은 지침이 개선될 때까지 계속됩니다. 저의 200시간 비상근무도 교과부 특감이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2012. 8. 31.
경기도교육감 김상곤
※게재된 논평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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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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