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망한 것은 일본 때문이 아니다

<경기리포트 칼럼> 나라가 망하는 이유는
관리들의 부패와 경제 지배층의 수탈에 있다.

1910년 조선은 일본에 의해 합병되고 조선이라는 나라는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조선’이라는 나라이름은 사라졌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살아남아서 연명을 하고 있었다. 당시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 정확히 바라볼 수는 없지만 조선의 망함을 백성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궁금하기는 하다.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 시대 이래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조선은 조선말기에 관료들의 부패는 극에 달한다. 정조의 아들 순조가 집권하자 영조의 계비이었던 정순왕후는 조선 후기를 이끌어갈 동력들을 숙청한다. 실학파에 대한 숙청이다.

정순왕후에 숙청당한 대표적 인물로는 정약용도 있다. 정조 사후 정약용 일가는 죽거나 유배되어 폐족이 됐다. 조선의 성장 동력 하나를 버린 셈이었다. 어린 순조를 등에 업은 이들은 안동 김씨다.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의 세도정치는 구한말까지 이어지며, 드디어 백성들과 국가 권력 간의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난다.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키기 시작한 주된 원인은 관리의 수탈이었다. 곡창지대라고는 하나 무엇 하나 가질 수 없었던 조선의 민중들은 국가권력을 향해 “수탈을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수없이 보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의 집권층은 일본과 청나라를 끌어들여 조선민중을 진압했다.

일본은 개화 100년 만에 조선에 군대를 보내 조선의 정치인들을 강압과 뇌물로 포섭하는데 성공했다. 1910년 당시 일본은 군사력을 동원해 왕족을 감시했으며, 왕족에 반하는 집권층에는 어마어마한 뇌물 공세를 퍼부었다.

이때 당시 외국인들은 조선을 “아름다운 나라, 화려한 문물의 나라, 그러나 힘이 없는 백성들, 관리의 수탈이 심한 나라”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결국 조선이 망한 것은 관리의 부패와 국가권력에 맞서 싸운 민중들 간의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민중들의 도전과 좌절은 구한말 외국인들에게 부지런하지 못한 조선인들, 게으른 조선인들 이라는 오명을 만들게 했다.

구한말 조선인들의 게으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로 수탈에 의해서 만들어진 게으름이다. 한국의 유전자가 게을러진 것은 안동김씨 200년 동안 만들어진 가짜의 DNA다. 아무리 일을 해도 다 빼앗아가는 체제, 가난만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하에서의 부지런함은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이다.

동학이 일어나기 전, 집안에 놋쇠가 있다는 이유로 관아에 불려가 놋쇠를 빼앗길 때 까지 매타작을 당해야 했던 민중들이 동학을 통해 “우리도 사람이다”며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리고 스스로 집강소를 만들어 최조의 민중정부도 세웠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집권층은 불안감에 휩싸여 외세를 불러들였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처럼 왜인들이 조선에서 공을 세우면 이름을 주거나 성씨를 주어서 칭찬만 해주면 될 줄 알았던 조선은 왜인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자진상납하다시피 했다.

1910년 한일합방이 문서화되자 많은 사대부들이 반대를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평민들이나 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기록은 별로 없다. 지배층이 바뀌었음에도 고려말의 반란 정도도 없었다.

후에. 일본에 의한 수탈이 다시 가속화되자 민중의 적이 조선집권 층에서 일본 집권층과 일본과 함께하는 지배층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중, 삼중의 수탈을 피해 간도와 중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대한제국의 백성들은 1945년 2차 대전을 일으킨 일본이 패망하면서 우리 고유의 부지런한 DNA를 다시 찾아와 국가를 부흥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나라가 망하기 까지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조선의 망함은 일본의 개화가 우리보다 100년 빨랐던 것이 원인이 아니다. 국민을 수탈의 대상으로 보았던 계급구조에 있다. 매관매직으로 인한 수탈의 악순환은 백성을 나라에서 떠나게 만드는 원인이 됐으며, 생산적 활동을 팽개치고 국가권력 구조에 대항하는 이유가 됐다. 지배층이 바뀌어도 백성의 관심이 먹고사는 문제에만 달려있다면 그 국가는 지금 망국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으로 돌아와,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인구가 이제 일천만 명이라고 한다.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 최저생계비 수준의 급여로 자녀를 낳고 길러야 하는 천만의 인구는 조선 후기의 노비와 크게 다를 바는 없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노조도 없는 이들의 자구책은 없다. 국가권력에 대항할 힘도 없는 이들을 위한 정치집단은 없다.

결국 또 다시 망국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시작한 한국은 앞으로 20년 뒤에는 정규직의 자녀들로만 구성된, 그야말로 정규직 군대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비정규직의 자녀들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후기의 모든 것을 틀어쥐고, 조선 망국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안동김씨 일문처럼,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지 않으면 또 다시 지배층이 바뀔 수도 있음을 한번쯤 생각해 주길 당부 드린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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