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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수원광장을 거울삼아야
화성행궁광장은 지난 2006년 시작되어 2008년 완성됐다. 사업비만 무려 760억이 투입된 큰 공사 이었다. 인구 100만이 넘어서는 대형 지자체가 시를 상징하는 광장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고,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상징할 수 있는 광장이 있는 것도 복원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아래 광장은 조성됐다.
그런데 광장이 조성되면서 공무원들이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시원한 나무 그늘과 넓은 공터 외에는 필요 없는 광장에 그들만의 생각을 삽입했다. 수원시 공무원들은 거액을 들여 광장의 바닥에 요철을 만들어 반차도를 만들고 정조임금 능행차의 모습을 재현 하는 등 광장에 어린아이들의 접근을 어렵게 했다.
결과는 행궁광장이 광장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광장이라는 열린 기능을 무시하고 그들의 의도를 집어넣으면서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떠나버린 광장, 시민들이 휴식할 수 없는 광장이 되어버린 행궁 앞 광장에서 무엇인가 행사를 하게 될 때면 인원동원을 위해 수많은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각 학교에 도움을 요청해야 겨우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됐다.
토요일, 일요일 수원 월드컵공원과 수원화성광장의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과 모이지 않는 이유를 쉽게 비교해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집밖으로 나와 부모는 쉬면서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월드컵공원 이라면, 화성 광장은 어른은 쉴 수 없고 아이들은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기가 불편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거 수원시 공무원들이 광장의 바닥에 만들어 놓은 요철모양의 구조물들이 아이들의 놀이에 방해가 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곳에 놀러오지 않는다. 아이들로부터 외면당한 광장은 자연스럽게 어른들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수원시는 차량 없는 거리에 자전거와 인라인이 넘쳐나게 하겠다며 자전거와 인라인이 통행하기에 상당히 불편한 도로를 만들고 있다. 이 공사는 ‘생태공원 수원 2013’을 위한 공사이기도 하지만 도로정비에 해당하는 기간 사업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되면 다시 바꾸어놓기 힘든 공사다.
‘생태공원 수원2013’행사가 끝나도 이 도로는 영원히 이 마을에 남아서 도로의 구실을 하게 된다. 차량은 잘 들어가지도 못하고, 자전거와 인라인 등 탄소배출 없는 무동력 이동수단이 앞으로도 이곳에서는 쉼 없이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와 인라인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도로 시설물들은 수원화성 광장처럼 또 어린이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고야 말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외면한 도시에서 어른들은 함께 이곳에서 영원히 살고자할까?, 지금 이라도 수원시는 도로의 정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을 쫓아내지 않는 시설물들이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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