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경기본부 산하 지사는 25개 뿐
고령농업인을 위해서라면 각 마을마다 있는 농협을 활용할 필요가.....

평생 가꾸어온 농지를 담보로 노후생활을 편안히 보낼 수 있다는 농지연금제도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일부 고령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종의 노후시스템이다. 그러나 농지연금의 가입실적은 우리나라 연기금 중에 거의 꼴찌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실적이 거의 없는 연금이다.

우선 농지를 담보로 한다는 것 자체가 농민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지금 농사를 하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다고는 하지만 농지연금에 가입한 농민이 사망한 다음 농지가 정부소유로 넘어간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갖게 하는 요소이다. 우리나라의 농민 정서상 참 힘든 연금이다.

정서상의 문제를 뒤로 하고, 농지의 주인문제가 해결되고 나도 농지를 감정하고 연금을 지급하는 형식도 문제가 많다. 농지수리조합으로 시작한 ‘한국농어촌공사’의 업무영역은 지금까지 수리시설개선에 필요한 농노보수, 지하수 개발 및 유지관리, 저수지관리가 주 업무이었다. 그런데 농지연금을 운영하면서 농어촌공사에는 낯선 단어들이 등장한다.

‘담보비율’, ‘감정평가’, ‘채무금액’, ‘이자율’등 은행에서 하는 일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단어들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11년 도입된 농지연금은 사실상 은행 또는 보험 업무의 하나다. 이것을 비전문직인 농어촌공사에서 취급하라고 하니 연금이 꼴지 일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농어촌공사가 농지연금을 취급하기위해 전문 인력을 확충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인력을 교육해 농지연금 현장에 투입하다보니 은행이나 보험들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정신, 영업능력 등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특히 고령 농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연금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려면 수많은 영업지점들이 농가 깊숙이 전진 배치되어 있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은 이것과는 거리가 멀다.

경기도만 보아도 농어촌공사는 도 본부 하나에 25개 지사가 전부다. 화성에 사는 농가가 농지연금을 상담하거나 계약하기 위해서는 수원에 있는 지사까지 나와야 한다. 나올 사람이 고령의 농업인임을 감안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점을 충분히 고려해봐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농민에게 가장 깊숙이 들어서있는 것은 농협협동조합(이하 농협)이다. 현재 농협은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지역의 경제사업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농지연금은 경제사업인 동시에 신용사업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농협은 각 마을마다 지소가 설치되어 있어 고령농업인이 멀리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담이 가능하며, 거의 모든 농협이 이미 담보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전문 인력배치도 필요 없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굳이 고령농업인을 괴롭힐 작정이 아니라면 하루빨리 농지연금의 취급처를 바꾸어 농민의 눈높이에 다가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