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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의 붕괴 이후 우리의 붕괴가 시작될 것
구멍가게가 망하면 그 다음에 망하는 것이 바로 나임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싸다는 이유로 대형 할인점에서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팔아줄 수 없을 만큼의 각박한 주머니 사정, 절약해야 살수 있다는 궤변으로 나를 위로 하면서 대형할인점만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행태는 결국 골목상권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또 싸다는 이유를 들어 대기업을 상대로 한 공동구매도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비수다. 자본주의와 경쟁을 사회적 가치로 삼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언제가 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골목상권은 지금 벼랑 끝에 몰려있다. 라면과 소주 한 병까지도 대형할인점이 싸기 때문에 소비자를 빼앗겨버린 골목상권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것이 없다.
최근에는 학생들을 상대로 근근이 버티어 온 학교 앞 문방구들도 위기에 처해있기는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학용품을 교육청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직접 나누어 주다보니 굳이 대량구매를 할 때보다 비싼 학교 앞 문방구에서 학용품을 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골목상권의 붕괴 이후다. 골목에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철수를 하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할인점만 덩그러니 남고,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골목상권이 무너지면서 서민 이하 층으로 떨어진 자영업자들의 생계는 또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제한과 품목제한은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생필품 유통을 끝까지 고집해도 자본주의 국가에서 무한경쟁은 미덕이라는 기치아래 정부가 대기업의 유통 점포 확장을 막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정부가 먹여 살려야 하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더 늘어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곧 있으면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선거의 단골메뉴는 서민 살리기는 모두 거짓말임에도 국민들은 서민 살린다는 정치인들의 뻔한 거짓말을 듣고 또 들을 것이다. 수원만 해도 지난 선거에서 수원경제를 활성화하고,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후보가 당선이 됐으나 모두가 거짓말이었다.
수원, 민선5기에 자리 잡은 유통업계의 거물 ‘대상 베스트코’는 수원농수물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원농수산물시장에서 식자재를 사다가 운영하는 식당들은 거래처를 ‘대상 베스트코’로 바꾸어가고 있으며, 곧 있으면 들어설 유통업계의 슈퍼공룡 롯데타운은 주변 상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허가만 잘해준 수원시가 골목상권을 어떻게 죽여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에도 시민들은 또 듣는다. 서민을 살리겠다는 헛된 구호를 말이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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