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지방선거의 열기가 한참 이었을 당시 오산시는 2013년 전국 최우수 청렴도시로 선정되었다며 시청 주도로 시 구석구석 자화자찬을 하는 홍보현수막이 내걸렸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단체장에게는 자신의 치적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이었다.
그러나 이 현수막은 일주일이 못돼 다 비난의 대상이 됐다. 오산시 산하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이 2년 동안 야금야금 세금을 횡령해 도박을 했던 사실이 발각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공무원은 선거가 끝날 때 까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에 대해 오산시는 묵묵부답(黙黙不答)으로 일관 했다. 단체장의 사과 한마디 없이 끝난 이 사건은 비단 오산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가끔 발생하는 일이지만 자치단체장의 사과나 해명은 좀처럼 듣기 힘든 것이 오늘날 자방자치 20년의 현실이라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
대통령표창이라도 받으면 홍보현수막이 거리에 넘쳐나지만 자치단체의 실수로 인한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 설명이 없는 이런 관행은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수원의 경우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으며, 도농복합도시 화성은 조류독감으로 초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도시 하나 시에서 발생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나 설명이 드물었다. 오산시는 끝까지 함구 했으며, 수원시는 공무원의 자살에 대한 브리핑조차 하지 않았다. 또 화성시는 조류독감에 대한 피해 상황과 진행상황을 알리기는 했지만 농가의 피해상황과 후속대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일부러 치부를 들어내 설명하고 이것이 여론화 되는 것이 현직 단체장들에게 불리 할 수는 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이 자치단체장의 정당한 행위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묵묵부답의 지방자치가 성숙되면 밀실행정이 된다. 여기에서 더 발전하면 실업자 통계 없는 일자리창출, 나쁜 일자리와 좋은 일자리 구분 없는 기업유치, 고용주와 사용자가 다른 용역사업의 증가와 이를 관행적으로 좋은 점만 찾아서 부풀려 발표하면서 자치단체의 어둠은 더 깊고 짙어지게 된다.
굳이 나쁜 것을 찾아서 발표할 이유는 없겠지만 자치단체의 정책을 만들거나 나쁜 점들을 뜯어고치려면 치부를 과감하게 들어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어가는 것에는 자치단체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나쁜 사고들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과 여론의 아이디어들이 합쳐질 때 더 큰 시너지효과를 발 휘 할 수 있다.
부끄러운 자화상을 공유하고, 함께 아파하고 시민들과 같이 해결책을 찾아 만들어가는 것이 올바른 지방자치의 얼굴이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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